노무현 대통령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에 대한 사실상의 '관용' 처분 주문에 따라 이 발언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송씨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사실상 결론내린 상태였다. 특히 수사팀 내부에서는 법적 형평성을 고려할 때 송씨를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지검 수뇌부도 이 같은 내부 의견을 종합해 14일 송광수 검찰총장에 대한 서영제 서울지검장의 정례보고 자리에서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돌발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검찰로서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인식됐던 공소보류 등 선처 방안에 대해서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울지검 수뇌부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가진 것도 송씨 선처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지검이 송씨에 대해 15일 재출서를 요구한데 이어 서울지검 관계자가 "송씨 수사기간이 다소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대통령 발언에 따라 송 총장에 대한 14일 보고는 물론, 이번 주중 수사결과 도출이라는 당초 예상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 송씨에 대한 무조건적인 관용 주문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등의 반발은 차치하고라도 국가정보원이 '역대 최고위급 반국가사범'이라고 규정한 송씨를 그냥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방안을 철회,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송씨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껄끄러운 사안에 대한 최종 판단 책임을 사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법무장관은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에 따라 강금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 극적인 공소보류 등 조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송두율씨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선처' 주문을 두고 법조계에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송씨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수뇌부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불편해하는 듯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서울지검의 한 소장검사는 "'엄격한 법 집행을 마다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대통령이 검찰 수사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그 진의와는 별개로 이미 검찰은 영향을 받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검사도 "말이 시정연설이지 사실상 수사지휘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이 과연 송씨를 소신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야 법조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극단적인 남북 대결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은 법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법 개폐 노력은 하지 않고 집행기관의 유연성 발휘만 촉구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이미 사실관계가 대부분 확정된 상황에서 검찰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범죄 혐의를 은폐하겠느냐"며 "대통령의 발언은 법테두리 내에서 우리 사회의 성숙도와 포용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대통령 발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이라기보다 국가보안법 자체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 제기로 보인다"라며 "이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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