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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송광수 검찰총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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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송광수 검찰총장께

입력
200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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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4일이었습니다. 그때 검찰 조직은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간 토론회, 인사 파동 등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날 아침 한국일보 A4면에는 장문의 글이 실렸습니다. 그 글은 '영원한 대쪽 검사'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송종의 전 법제처장이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총장님께 보낸 사신(私信) 전문이었는데, 말미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송 총장, 이제 크게 노(怒)하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대가 노하지 않고 울분을 토하지 못한다면 국민 모두가 노하고 또 분개할 것입니다. 북받치는 울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이어야 합니다. 크게 울고 길게 노하여야 합니다. 직책이 주는 영광이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섬광에 불과합니다.(중략) 꽃은 바람에 날리고 달은 구름에 가리는 법입니다. 어찌 편안한 날만 이어질 수 있으리오.'

송 전 처장은 검찰이 권위와 명예를 잃고 국민의 신뢰와 존경심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리곤 총장님에게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고 내부 결속을 다져 검찰 수사의 독립과 중립을 지켜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것으로 글을 맺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7개월이 흘렀습니다. 검찰은 어느 때보다 심기일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송 전 처장이 '공사 분명하고, 의리 있고, 심지가 굳고, 경박하지 않은 재치를 지닌, 한 마디로 똑 부러지는 검사'라고 평했던 총장님의 표정은 무거워 보입니다.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한 대통령이 최도술 전 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재신임 구상의 직접 계기였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니,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총장님이 느꼈을 충격과 당혹감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반추해 보면 현 국면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부터 조금씩 시작됐다고 생각됩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과 취임 초기 "내 주변의 의혹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하는 등 검찰 수사 독립에 관한 의지를 재삼재사 강조했습니다. 그리곤 인적 청산을 통한 검찰 개혁의 시동을 걸었고, 뒤이어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로 총장님을 선택했습니다.

검찰 수사 독립을 향한 의지가 충만한 상황에서 총장님은 취임후 검찰 내부 개혁과 함께 갓 출범한 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댔습니다. 과거 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요. 염동연씨를 구속했고, 안희정씨를 기소했으며, 이젠 최 전 비서관 사법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몇몇 권력층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 태도는 납득할 수 없고, 또 향후 처리 방향을 주시해야 하겠지만 대체로 검찰은 원칙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을 볼 때 현 상황은 검찰에서 기인했다기 보다 대통령의 '검찰 수사 독립 보장' 의지가 예기치 못한 역작용을 일으킨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칫 할 수는 없겠지요. 정치적 이유와 목적은 차치하더라도, 어쨌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도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최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이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지, 다른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은 없는지 등을 가혹하리만치 철저히 수사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한 개인을 사법처리 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번 수사는 정치권 부정부패 시스템의 뿌리를 도려내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이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검찰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쪽 검사'의 사신은 총장님에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답이 될겁니다.

황 상 진 사회1부 차장대우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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