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바닷바람을 맞기에 딱 좋은 때로 일정을 잡은 결과, 어느 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남포동 지역 상인들은 해운대로 주요 행사가 옮겨간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불만도 토로했지만, 관객들은 해운대에서 만나는 영화제 게스트에게 환호를 보냈다.하지만 자랑거리가 될 만한 영화제에 우리 영화 배우나 감독들이 별로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2일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 황정순 남궁원 윤정희 강신성일씨 등 원로와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방은진 이병헌 장진영 문소리 김태우 이정진 등의 현역 배우들이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참석했다. 단골손님인 유현목 임권택 정일성(촬영) 이현승 이광모 감독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4,5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환호를 받기에 스타들의 명단은 너무 단출했다. 개막식 뒤의 한 모임에서 윤정희씨는 영화제에서 함께 작업했던 선배 여배우나 이제는 활동이 뜸한 후배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많은 여배우들의 모습이다. 50·60·70대 여배우들이 행사장에 나타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영화제를 축하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너무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윤 선생이야 인기 절정에 있을 때 결혼하고 떠나는 바람에 자신감이 있지만 많은 여배우들은 초라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나타나지 않을 걸요."
여배우는 늘 화려하고, 예쁘기를 강요 받지만 그건 대중과 매스컴이 바라는 미덕일 뿐이다. 주연을 하다가 조연, 단역으로 서서히 배역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나이 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까. 한때 스타였지만 이제는 당당한 연기자나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여배우들을 만나고 싶다.
물론 젊은 여배우들을 보는 것도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이나 전주, 부천 영화제에서는 어렵다. 차라리 에르메스나 구찌, 프라다 같은 명품 런칭 행사장에 가면 더 쉽게, 더 많이 그들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이런 행사에서는 수백만원 행사비나 명품 핸드백 같은 것을 여배우에게 선물로 준다나. 역시 명품의 힘은 위대하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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