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12월15일을 전후한 재신임 국민투표제의는 불투명하기 그지 없는 재신임 정국에 빠른 매듭을 짓는 계기가 돼야 한다. 노 대통령 제의의 현실화여부는 정치권에 달렸지만, 재신임 정국이 더 이상 국정 혼란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노 대통령이 폭탄선언의 형태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돌출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재신임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빨리 가부간 결론이 나야만 한다.노 대통령은 "재신임 요구에 어떤 조건이나 의도도 없다"고 말해, 정책을 연계하지 않고 순수하게 재신임만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불신임 될 경우 대통령 보궐 선거를 4·15 총선과 함께 치르기 위해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12월15일 전후로 날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시정연설을 하는 노 대통령의 자세는 재신임에 이르게 된 책임을 정치권과 언론에 돌리는 듯 했던 11일의 긴급기자회견과는 차이가 있다. 노 대통령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주변의 비리 의혹에 대해 국민을 대할 면목이 없다"고 사과한 대목은 평가해 줄만 하다.
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은 앞장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가 "측근비리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면 몰라도 정치권 전반의 부정부패를 연계하는 국민투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을 뺐다. 민주당은 "재신임은 반드시 해야 하며 그 방법은 대통령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가 정작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위헌가능성을 들어 반대했다. 통합신당은 재신임 자체를 반대했으나 입장을 바꿔 대통령의 결단임을 들어 국민투표에 찬성키로 했다. 정치권이 국민투표를 놓고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이 문제를 당리당략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 대통령과 정치권에 주문하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재신임 정국에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며 정도로 임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사회가 재신임 때문에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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