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위드 러브'(Down With Love)는 1960년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랑을 거부하자'는 책을 써서 남성을 곤경으로 모는 여성, 그리고 이 여성 필자를 공략하려는 남성 칼럼니스트의 이야기다.왜 1960년대일까. 흰 실크 장갑, 분홍색 체크 원피스, 동그란 핸드백을 들고 나온 르네 젤위거(바바라 노박)와 2 대 8 가르마를 한 구식 신사 스타일의 이완 맥그리거(캐처 블락)의 외양은 향수를 자극한다. 프랭크 시내트라 등의 감미로운 복고풍 스탠더드 재즈가 시종 흥을 돋군다. 세트는 마치 미국 햄버거 체인점 같은 복고풍의 느낌을 준다.
베트남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미국은 황금시대를 누리던 때다. 60년대는 또한 페미니즘이 개화하던 시기. 바바라 노박이 '섹스는 예스, 사랑은 노'라는 전제를 깔고 여성의 주체적 사랑을 외치고 큰 공감을 얻는다는 설정이 자연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미끼다.
주된 내용은 난공불락의 콧대 높은 바바라 노박과, 그녀를 차지하겠다고 덤비는 퓰리처상 수상자 캐처 블락의 실랑이다. 페미니즘을 내세워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척하면서도, 로맨틱 코미디의 상업성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르네 젤위거는'시카고'의 농염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이완 맥그리거는 '트레인 스포팅'의 건달기를 털어내지 못했다. 쉽사리 빠져들기엔 뭔가 아쉬운 캐스팅이다. 모든 걸 다 빼더라도 판타지가 있어야 빠져들 수 있는 게 로맨틱 코미이거늘. 감독 페이튼 리드.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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