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평생 했던 사업을 그저 물려받았을 뿐인데 훈장까지 받아 부끄럽습니다"경남 마산에서 노인복지사업을 해온 부자가 2대째 국민훈장을 받았다. 1983년 어버이날에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김상종(97년 작고)씨에 이어 아들 정웅(58·마산치매요양원 원장)씨가 제7회 노인의 날인 2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것.
아버지 김씨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우연히 노인복지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육군마산병원(현 마산여고 자리) 입원 군인을 면회하러 온 노인들이 머물 곳이 없어 고생하자 자신의 집에서 쉬도록 한 것이다. 당시 김씨의 집은 대지 570평의 저택으로 지금은 그 자리에 단독주택이 11채나 들어서 있다. 노인들은 병원을 오가며 간호하던 아들, 손자가 숨지자 김씨의 집에 그대로 눌러앉았고 그렇게 모인 사람이 50여명에 이르면서 저절로 양로원이 됐다.
김씨의 집은 1954년 양로시설 성로원으로 인가가 났다. 김상종씨는 그때까지 재산을 털어 노인들을 극진하게 봉양했고 57년에는 재단법인을 설립, 부동산 등 나머지 재산도 법인에 기부했다.
그의 아들인 김정웅 원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직장생활을 하던 중 71년 3월 부친의 부름을 받고 성로원에 들어갔다. "아버지, 어머니는 매일 새벽 요양원에서 지내다 숨진 노인들의 시신을 지게에 지고 화장장으로 가셨어요. 저는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고 성로원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매일 노인들의 대소변을 받고 시신 처리하는 게 너무 싫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성로원을 탈출하려 했지만 막상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다. 그는 이후 마음을 다잡고 부친을 도우며 1994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98년에는 작고한 부친의 생전 숙원사업인 치매요양원을 열어 원장을 맡았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마산치매요양원은 간호사, 사회복지사들이 노인 110여명을 돌보고 있다.
"요양원 터를 물색하러 다니다 혐오시설 입주를 반대하던 주민들로부터 구타까지 당했다"는 김 원장은 지금의 병원 터도 겨우 구했다고 회상했다. 84년 교방동으로 자리를 옮긴 마산 성로원은 98년 치매요양원 개원과 함께 노인 요양시설인 마산노인보건복지센터로 기능을 전환했다. 김씨는 바쁜 치매요양원 일과 중에도 짬을 내 1주일에 한,두 번씩은 자신이 청춘을 바쳤던 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마산=글·사진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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