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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재신임 정국/高총리 "어디까지 나설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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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재신임 정국/高총리 "어디까지 나설까" 고민

입력
2003.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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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 이후 고건 국무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겉만 보면 레임덕을 자초한 노 대통령 대신 국정 현안 챙기기에 주력하면서 '책임총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대통령에 대한 월권 행위로 비치거나 정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 만큼 그의 발걸음은 신중하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10일 노 대통령의 폭탄선언이 나온 뒤 고 총리는 휴일인 12일까지 연일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며 국정을 살피고 있다. 11일 오전에는 당초 예정됐던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대신해 전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 열어 정부의 흔들림 없는 국정 수행 의지를 강조했다. 12일에도 민생·개혁법안 처리와 주요 국책사업 지속 추진 등 현안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정부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5일에는 국회의장단과 4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의 협조도 당부할 예정이다.

고 총리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부의 흔들림 없는 정책 수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하게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노 대통령 역시 "국정에 혼란과 공백이 없도록 안정 총리가 더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 것"이라며 고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정작 고 총리 주변 인사들은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입지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정 현안을 직접 챙긴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상적인 사안들이 많다"며 "이해 당사자들의 비난을 자초할 수 있는 문제들까지 건드릴 경우 총리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특히 총리실은 청와대의 '시선'을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예를 들어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6자 회담 등 그 동안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던 문제들을 고 총리가 챙길 경우 '월권' 시비가 일지 않을까 신경 쓰는 것이다.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행정부를 통할하는 위치상 대통령 재신임 문제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는 형식적으로라도 고 총리의 국정 관여 정도가 이전보다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 과정서 자칫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대통령에 이어 총리의 진퇴 문제까지 나올 소지가 있어 국회 및 정치권에 접근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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