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다닥∼" "지지지직∼"11일 오전 서울 종로2가 한솔요리학원에는 칼 구르는 소리, 기름 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랑의 교회 부설 복지단체인 '사랑의 복지관' 주최로 '제2회 장애인 요리왕 선발대회'가 열리는 날. 하얀 조리복에 모자까지 말끔하게 갖춘 장애인 요리사 50여명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경기지역 복지관 등에서 선발된 정신지체 2, 3급 장애인들로 3명이 한 팀을 이뤄 '두부와 밥'을 주제로 내건 이날 대회에 참가했다.
몸이 불편하다 보니 손놀림이 빠르지는 않았다. 대신 칼질 한번에도 온 정성을 모았다. 긴장했는지 연신 땀을 훔치던 다니엘복지원의 이동현(23·정신지체2급)씨는 "연습 때는 안 그랬는데 손이 떨린다"며 "꼭 1등 해서 부상으로 받은 TV를 복지원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 등은 낮에는 재활근로시설에서 일하고 밤에 모여 연습을 했다. 전날에는 그 좋아하는 축구 시합도 마다하고 실전 연습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감이 더 팽팽해졌고 자기 생각이 맞다며 팀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도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지도 교사 또한 속을 바짝바짝 태웠다.
다니엘복지원의 지도교사 한정란(34)씨는 "비장애인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리 순서를 정확히 외우도록 하는 게 힘들었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순서를 되뇌이게 해 잊어버리지 않게 했다"고 연습 과정을 소개했다. "숫자 개념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금, 간장 등은 몇 숟가락 넣어야 한다는 식의 교육을 할 수 없어 간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사랑의복지관 지도교사 강정현(33)씨는 "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결국 조리 도중 계속 맛을 보게 해 간을 조절하도록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종료 징이 울리자 이들의 '작품'이 심사대 위로 모아졌다. 밥 케이크, 두부 초밥, 두부 샐러드, 두부 피자 등 밥과 두부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요리들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요리를 접하고 심사위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솔요리학원 박정수 부장은 "너무 예쁜 음식이라 맛을 보겠다며 손대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상은 밥 케이크와 두부 경단을 만든 '멋진걸' 팀이 차지했다. 이 팀의 박경숙(40·정신지체3급)씨는 "남편, 아이들에게 많이 자랑하고 싶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등수 발표가 끝나자 입상 팀들은 부둥켜 안고 환호를 내질렀다. 상을 못 탄 팀도 팀원끼리 격려했다. 요리는 곧바로 뒤풀이 잔치음식으로 바뀌었다.
한자리에 모여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요리를 앞에 두고 '요리왕' 모두는 자신감에 들떴고 환한 웃음 소리도 그칠 줄을 몰랐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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