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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내 사랑,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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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내 사랑, 한글

입력
2003.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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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한국 사람들은 강대국인 중국의 영향으로 한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자능력시험 1, 2급을 준비하려면 사자성어와 속담, 숙어 등을 외어야 하는데 옥편을 찾아보면 예전에는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만일 모든 한자어를 한자로 쓴다고 가정하고 글을 써보면 이런 식으로 된다. '漢字(한자)를 學習(학습)하는데 必要(필요)한 時間的(시간적) 經濟的(경제적) 努力(노력)을 생각하면 以前(이전) 時期(시기)에 小數(소수)의 사람들만이 文字(문자)를 使用(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理解(이해)가 간다.'

이처럼 소수의 사람들만 문자를 읽을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대왕은 한글을 발명했다. 만일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래서 지금까지도 배우기 어려운 한자와 국제어인 영어문자 밖에 없다면, 혹시 한국은 한자 대신 영자를 쓰기로 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Naneun Jigeum Hakkyoe Ganda (나는 지금 학교에 간다) 처럼. 내가 사랑하는 한국어가 이렇게 쓰여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슬프고 끔찍한 일이다.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에서도 한자, 히라가나, 카타카나 대신 영자만 사용하자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따금 현재의 한국어에는 영자만 쓰지 않을 뿐이지 영어가 너무 많이 쓰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좀 과장해서 미래의 한국말로 해보자. '월드의 거의 모든 컨트리에서 잉글리시 외래어가 매니하다는 프로블럼이 있다. 코리아도 엑셉션은 아니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코리안 랭귀지도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올드한 사람들은 언더스탠드하기 디피컬트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우습지 않은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의 한국어가 제일 이해하기 쉽고 편한 것 같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자를 섞어 쓰거나 괄호로 묶어 병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익숙해 진다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스미스, 디킨슨 대신 원문대로 Smith, Dickinson이라고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언어는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와 감정을 제일 빨리 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런 의미에서 이제까지의 한글과 한국어는 대성공이다. 만일 앞으로 중국의 세력이 커지고 영향력이 증가하면, 미래에는 영어보다 한국어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이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캐나다인 프리랜서 번역가 드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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