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긴장감 속에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 직후 희색이 돌던 표정은 11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본심'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재신임 우세'쪽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신중론은 11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재신임으로 혼란과 실정을 덮겠다는 발상인데 너무 성급하게 받았다" (맹형규 의원) "국민투표는 집권여당이 절대 유리하다" (김기춘 의원) "노 대통령의 승부수에 말렸다고 생각한다"(김무성 의원)는 주장들이었다. 정병국 의원은 "노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정치지형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은 우리 당의 개혁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병렬 대표의 초기 대응이 너무 조건 반사적이고 즉흥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 제안 직후 "그 방법으로 국민투표 외에 뭐가 있겠느냐"며 덥석 받았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한발씩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내의 대세는 여전히 "국민투표를 피할 수 없고, 그렇다면 빨리 해야 한다" 쪽이다. 최 대표는 12일 "대통령이 최도술 등 주변 의혹과 관련해 재신임을 언급한 뒤 하룻만에 말을 바꿨다"고 비판한 뒤 "먼저 국민에게 최도술씨 사건의 진상을 공개한 뒤 이른 시일 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청와대가 검토 중인 재신임 문제와 정치개혁 연계는 본질을 흐리는 처사"라며 "국민투표는 노 대통령의 실정과 대통령 주변인사 비리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민투표를 전제로 한 방법론도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단순히 신임만 물을 게 아니라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처럼 대안 제시형이 돼야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은 "국민투표 전에 투표 관리내각을 먼저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권과의 건곤일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당 대오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김문수 의원은 "선혈이 낭자해질 것"이라며 "정권의 전방위 사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한나라당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도덕재무장 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인물 교체와 함께 각종 정치 제도를 개혁하는데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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