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와 배우자가 같은 항공사의 조종사로 지구촌 창공을 누비고 있어 화제다. 아시아나항공 안전운항팀 소속의 김승희(33·여)씨와 오빠 승한(34)씨, 남편 안영환(36)씨가 그 주인공.국내 첫 남매 조종사로 주목을 끈 김씨 남매는 경기대 선후배 사이지만 조종사의 길에는 1997년 아시아나항공 17기 조종훈련생으로 입사한 승희씨가 먼저 입사, 선배가 됐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승희씨는 원래 서비스분야에 관심이 많아 대학 재학 중 호텔업계 취업을 준비하다 4학년 때 교내 취업게시판의 조종사 모집광고를 본 것이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남녀차별 없이 모집한다는 광고문구를 읽어 내려가던 중 어린 시절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끝없이 펼쳐진 창공을 마음껏 날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동심이 발동, 조종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결국 97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조종훈련생 모집시험에 응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단번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승희씨가 남편 안영환씨를 만나게 된 것도 '비행기' 덕분이었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은 조종훈련생 과정에서 처음 만나 미국 등에서 힘든 비행훈련을 함께 이겨내면서 뜨거운 동료애를 애정으로 승화시켰다. 두 사람은 99년4월 웨딩마치를 울려 3년째 부부 조종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오빠 승한씨는 동생보다 대학입학은 빨랐지만 군복무와 어학연수로 졸업이 1학기 늦었는데, 영국 어학연수 시절 동생이 조종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길을 걷기로 결심, 97년 말 조종훈련생 시험에 도전해 거뜬히 합격했다.
승희씨는 강도 높은 훈련과정을 무사히 끝내고 2000년 4월 어엿한 조종사가 됐으나 승한씨는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97년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경영상태가 어렵게 된 회사측이 합격을 보류했다 99년 10월에야 입사를 시켰기 때문. 승한씨는 조종훈련을 거쳐 발권부서를 비롯한 사내 여러 부서들을 경험하고 지난해 1월 안전운항팀에 발령받아 사내 고참인 여동생과 함께 지구촌 하늘을 누비며 부기장으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승희씨는 "오빠가 파일럿의 길에 합류하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며 "승객들의 안전을 우리 가족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활짝 웃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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