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은 여성생식기암 가운데 자궁경부암 다음으로 흔한 암(전체 여성암의 4.2%)이다. 자궁경부암의 발생빈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난소암은 매년 증가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새로 발견되는 여성환자만 1400여명. 75%의 환자가 처음 진단시 이미 3기 이상의 진행성 암 단계이다.난소암은 조기발견만 이루어진다면 생존률이 상당히 높은 암이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남주현교수는 "초기엔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어, 환자의 3분의 2는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난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면서 " 25%정도 환자만이 주변 장기로 전이되기 전에 발견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환자 3기 이상일 때 발견
조기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난소암의 치료성적은 나쁠 수 밖에 없다. 발견만 늦은 게 아니라, 치료성적도 충격적일 정도로 나쁘다. 각종 신약과 신기술로 연일 각종 암에 대한 치료성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난소암의 치료성적은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5∼40%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 등 여성생식기암으로 희생되는 사망환자의 57%가 난소암 환자들이다. 우리나라 여성암 1위를 차지했던 자궁경부암의 사망률은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난소암은 불행하게도 사망률의 변화가 거의 없다.
난소암 왜 생길까
난소종양은 크게 양성과 악성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양성은 다른 신체 조직으로 전이를 일으키지 않는 반면 악성(암)종양은 혈액이나 림프절을 타고 다른 조직에 전이를 일으킨다. 난소에 생기는 종양의 85%는 다행히도 양성종양이다. 아직까지 난소암이 왜 생기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난소를 덮고 있는 껍질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난소암의 90%는 상피성 난소암이다. 특히 폐경 여성에게 발생하는 난소암은 대부분 상피성 난소암이다.
배란 많이 할수록 난소암 발생위험 높아
지속적인 배란도 난소암의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배란이란 말 그대로 난자가 난소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인데, 한번의 월경 주기에서 한 개의 성숙한 난자만을 배출하는 것이 정상이다. 드물게 두개 이상 난자를 배출하기도 한다. 보통 임신이나 수유기간에는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배란을 많이 할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임신이나 수유기간 없이 '쉬지 않고' 배란을 한 경우, 즉 결혼 후에 아기가 낳지 않았거나 임신 경험이 없는 미혼 여성 등에서 난소암 발생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번이라도 임신을 한 여성은 난소암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경이 늦을수록, 폐경이 빠를수록 배란의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지므로 그만큼 난소암 발생 위험도 낮다. 한편 첫아이 출산이 평균보다 늦은 경우에도 난소암 발생 위험은 높아진다.
엄마나 자매가 난소암 환자일 경우
어머니나 자매 중에 난소암 환자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3배정도 높다. 고연령 및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의 과거력 등도 위험 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폐경 이후 여성
일반적으로 난소암은 폐경 후에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50세 이상 여성은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상피성 난소암의 경우 사춘기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이 40∼70세에서 발생하며 65∼75세에서 흔하게 발생하게 된다.
피임약 복용은 난소암 보호 효과?
피임약을 5년이상 복용할 경우 난소암 발생 위험이 반이상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난소암 발생율이 높은 유대인들은 중에는 유전자 검사를 해 암발생 위험이 높다고 나왔을 경우 예방적 목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게 하거나 아예 출산 계획자체가 불가능한 여성의 몸을 만들기도 한다. 이외에도 난소암의 원인으로는 볼거리 또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공장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질내로 들어가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추측도 있다.
몸 무겁고 아랫배 불편하면 의심해보아야
모든 암이 초기에는 그렇지만 난소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게 진행된다. 초기 단계의 난소암은 거의 눈에 띌만한, 감지할 만한 증세가 없다. 보통 여성들은 '아랫배가 불편하다'나 '몸이 무겁다'고 호소하며 병원을 찾게 된다.
잘 전이하지 않는 난소암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거쳐 난소 내에서 암 덩어리가 자라기 때문에 건강검진 등 산부인과 진찰을 받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아랫배에 불편함을 호소할 때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종양이 커지면 하복부에서 응어리가 만져지거나 압박감을 느끼거나 방광이 압박돼 자주 소변을 보게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한편 잘 전이하는 난소암의 경우에는 종양이 난소내에 많이 커지기도 전에 전이해 복수가 차거나 배가 불러오는 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남교수는 "심지어 자궁 바로 뒤에서 발생하는 대장암이나 직장암으로 혼동해 오진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난소암 조기발견 왜 어렵나
이처럼 암치료 효과가 치명적이라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데도 난소암의 조기검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소암은 자궁경부암을 위한 세포진 검사 같은 간단한 진단법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암이기 때문이다. 난소암의 조기 진단법으로는 골반진찰과 질식초음파, 그리고 혈액속에서 'CA125'라는 종양표지물질 검사하는 방법들이 권장되나, 모두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혈액의 CA125 수준을 통해 양성과 악성 여부를 가리는 검사는 전이가 된 환자의 CA 125수치SMS 높아지지만, 조기에는 양성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없는 형편이다. 환자일 경우 난소암으로 진단받지 않고 놓치게 될 비율이 거의 50%에 이른다는 것.
김교수는 "난소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여부는 개복술이나 복강경수술 등을 통해 난소 조직을 직접 얻어 병리 검사를 한 후에야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유방암이나 자궁암은 수술 전에 환자가 암인지 여부를 통보받고 수술실에 들어가지만, 난소암은 담당의사조차도 수술장에 들어가서야 양성인지 악성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서양에선 무증상인 여성이 난소암 검진을 받는 것은 권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도 했다.
김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1년에 1회 정도는 산부인과 방문과 골반진찰, 골반 초음파 검사 등을 같이 시행한다면 조기진단의 가능성을 높힐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규칙적인 정기검진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소암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현재로선 조기진단만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난소암 수술이 제1원칙
수술은 난소는 물론 나팔관 자궁까지 떼내는 것이 원칙이다. 젊은 여성의 난소암(배세포암)은 임신이 가능하도록 보존적 수술을 하기도 한다. 잔류 종양 크기에 따라 예후가 좌우하므로, 되도록이면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암수술의 기본 전략이다. 1기 후반부터는 항암제치료를 보조치료로 시행한다.
송영주 yjsong@hk.co.kr
■김병기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27세의 미혼 여성이 외래를 방문했다. 4∼5개월 전부터 누우면 배가 좀 나오는 것 같아서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점점 심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만져 보았더니 아랫배에서 혹이 만져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통증도 없었고 생리도 거의 규칙적이라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가 혹이 점차 커지는 것 같아서 내원했다는 것이다. 초음파 검사를 하였는데 이미 복수가 차기 시작한 진행성 난소암으로 밝혀져 수술을 하게 됐다. 수술시 난소암이 이미 복강내에 다 번지고 난 상태라 암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시행할 수 밖에 없었고 자궁과 난소를 다 제거하고 말았다. 만일 치료후 생존하더라도 아기는 가질 수 없는 딱한 지경이 된 것이다.
이처럼 젊은 여성에게는 드물지만 상피성 난소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주 초기에 발견하면 한쪽 난소 절제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항상 자각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갑자기 아랫배가 나오거나 혹이 만져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을 때는 지체없이 산부인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두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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