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군사비밀 생산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고, 비밀 문건 해제 실적도 전무해 '열린 행정'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12일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밝힌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국방부의 1급 비밀은 9건, 2급 비밀은 23만2,293건, 3급 비밀은 35만2,944건, 대외비는 58만2,053건으로 무려 116만7,299건이 비문으로 묶여있다. 이는 국방부가 생산하는 문서 상당수가 사실상 '비밀'이라는 보호막에 의해 관리된다는 뜻으로, 정보공개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1996년 이후 올해 8월까지 대외비 이상으로 분류된 비문의 해제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모호한 비밀 기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9월 말 국감 때 국방부는 군 인사자료를 3급 비밀로 분류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곧바로 3급 비밀에서 해제하는 등 자의적인 운용이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사보안 업무 시행규칙 국방부 훈령 697호에 따르면, 1급 비밀은 국가 안전보장 및 국가 이익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비밀이다. 2급은 '현저한 위험', 3급은 '상당한 위험'으로 분류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그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미국에서는 1급 비밀이라도 정해진 시한이 지나면 비밀에서 자동 해제된다"며 "우리 군사비밀이 공개됐을 때 안보를 해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비밀로서 가치가 적은 문건을 비문에서 해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1급 비밀 9건은 군사동맹 추진계획, 군사동맹조약, 전쟁계획 또는 정책, 전략무기 개발·운용 계획, 극히 보안을 요하는 특수 공작 계획, 주변국에 대한 아측의 판단과 의도가 포함된 장기·종합 군사전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1급 비밀에 대해 "공개 시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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