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적 화제가 됐던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은 현직 지사의 무능을 심판한 유권자 혁명으로 불렸다. 주민 소환제도를 통해 주민의사를 바로 표출한 직접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의미도 붙었다. 80여년만에 사상 두번째 주지사의 소환투표가 통과됐다는 기록을 세웠으니 그런 의미부여와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913년 이래 캘리포니아에서는 선출직 주 공직자에 대해 무려 117건의 소환 시도가 있었고, 실제 1986년 주 대법원장의 낙마를 포함해 4명이 소환된 적이 있다. 소환제도를 가진 탓에 캘리포니아 정치는 색다르다. 이번 주지사 소환을 두고도 이런 캘리포니아 정치의 특징적 단면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슈워제네거의 당선을 공화 민주 양당간 갈수록 심해지는 당파싸움의 결과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민주당 소속인 전직 그레이 데이비스 지사를 소환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얼마나 합당한가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벌어지기 보다는 양당의 정치공방으로 소환정국이 조성됐고, 투표의 찬반 결과 역시 다분히 이념과 당파에 따라 양분됐다는 것이다. 소환지지의 60%가 공화당원들이었고, 또 반대투표의 65% 이상은 민주당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도의 존재는 발붙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 미국정치의 당파성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특히 성추문에 대한 탄핵과정에서 악순환의 기승을 떨치면서 심화돼 온 것으로 돼 있다. 당파 정치에 대한 혐오도 커져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정계를 물러나야 했다. 이번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도 이런 미국정치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체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의 10%나 되는 54명을 가진 지역을 차지했다고 희색이 만면이다. 그러나 주 정치의 당파적 현상이 중앙정치의 그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다시 전국 유권자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내년 대선은 당파의 양극화가 가장 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나와 있다.
■ 지지와 반대의 맹목적 당파성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코드정치'니, 편가르기니 하는 당파용어들이 지난 7개월 간 무성했던 게 우리 정치다. 대화와 토론의 원리가 적대적 당파의 기제를 능가했다면 오늘 대통령의 신임위기도 없을 수 있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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