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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학생회장도 레임덕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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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학생회장도 레임덕 있어요

입력
2003.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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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장도 임기 말엔 정말 힘들어요."서울대 박경렬(24·응용화학 4) 총학생회장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2학기 개강 이후 학생회 참여 학생들이 크게 줄어 직접 잡무에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대자보도 직접 붙이러 다닌 지 오래"라는 박 회장은 "취임 초기 때 만큼 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가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학생회장들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1학기만 해도 학생회 총지휘에 여념 없던 이들이었지만 이젠 학생회 실무자들에게 대자보 작성, 부착 등 현장 실무를 요청하기도 곤란한 지경에 이른 것. 때문에 하반기 주요 사업도 차질을 빚거나 백지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건(26·산업공 4) 경희대 수원캠퍼스 학생회장은 종전 저학년생들의 임무였던 학생 여론 관련 인터넷 모니터링을 직접하고 있다. "2학기 이후 학생 단합도 힘들고 우리끼리 탁상공론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그는 "아주대 등 다른 학교 회장들도 똑같은 고민을 호소하더라"고 전했다. 극도의 취업난 여파로 학생회 상당수 임원들도 활동을 중단하고 있어 회장들의 몸은 더욱 무겁다. 이 회장은 "일꾼들이 모두 군에 입대해 사실상 축제 마무리와 함께 회장직도 끝"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투병 추가 파병 여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있음에도 대학가의 반응이 썰렁한 것 역시 학생회장들의 이러한 사정과 무관치 않다. 서울대 박 회장은 "파병과 관련한 내부 논의와 활동이 미진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한 임원은 "학생회 자체가 아마추어 조직인데다 다음 선거도 신경 써야 하니 하반기 역량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회장들의 레임덕은 기존 학생회의 엄숙주의를 탈피한 자구 노력의 긍정적 산물이라는 견해도 많다.

은석(23·사회복지 4) 서울대 총학생회 미디어국장은 "좀더 학생들 곁에 다가가 일하고 학생회 권력 해체 작업에 주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회장의 권위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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