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여성의 소망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원전 7,500년경 이집트에서 시작된 화장문화는 기원전 1,600년경에 작성된 에버스파피루스에 주름제거 처방전이 소개될 정도로 발전했고 기원전 1세기 클레오파트라 시대에 집대성됐다. 한때 하얀 피부를 선호해 백납 등 인체에 나쁜 물질을 사용한 까닭에 여성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대체로 화장품 제조술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요즘 나오는 화장품에는 예외 없이 첨단 과학 용어가 등장한다. 화장품 제조사들마다 기능성을 내세우며 발음하기도 어려운 용어를 화장품에 붙여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어 주는 화장품 본연의 기능에 의학적인 효과를 더해주는 기능성 화장품 속의 과학을 살펴본다.
기능성 화장품은 1990년대 초 미국계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가 AHAs를 함유한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한 것이 효시다. 이후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기능성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세계 기능성 화장품의 시장규모는 1990년 586억달러에서 2000년 1,008억달러였고 올해는 1,24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도 2001년 2,700억원에 달했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3,127억원으로 16% 가량 증가했다.
자외선차단제가 대표적
대표적인 기능성 화장품은 자외선 차단제. 주름이나 기미, 주근깨 등 '노화의 주범'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외선을 흡수하되 인체에 해롭지 않게 바꿔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자외선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반사시키는 것이다.
햇볕에 포함된 자외선을 흡수하되 피부에 해롭지 않은 파장으로 바꿔 주는 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 같은 화학적 합성물질이 전자이고, 이산화티탄이나 산화아연처럼 피부에 흡수가 거의 되지 않는 가루 상태로 자외선을 산란·반사시켜 막아주는 물질은 후자의 경우다.
미백연구 활발
피부를 희게 유지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위한 미백(美白)연구도 활발하다. 피부가 검게 되는 것은 피부 속의 티로신이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로 인해 멜라닌 색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티로시나아제의 활성을 억제해 멜라닌 색소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면 미백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백성분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효소 활성 억제제인 알부틴.
이미 만들어진 멜라닌 색소를 피부에서 떨어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젊었을 때에는 멜라닌 색소가 생겨도 곧바로 피부 표피층으로 올라가 각질로 변한 뒤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과정이 느려지거나 멈춘다는 것. 이 경우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제 등을 이용해 각질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생성된 멜라닌을 희게 착색하거나 특성상 한쪽에 몰려서 더욱 검게 보이는 멜라닌을 골고루 분포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주름 막는 것이 큰 과제
피부노화의 대표적 현상인 주름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의 탄력섬유인 콜라겐 섬유와 엘라스틴 섬유가 부족해지면 피부가 처지고 주름이 발생한다. 이 때 자외선은 탄력섬유를 손상·변화시켜 피부노화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주름개선 성분에는 레티놀, 레티닐팔미테이트, 아데노신, 홍삼농축액, 토코페릴아세테이트, 젖산 등이 있다. 보습효과와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고 피부재생에 효과를 갖고 있는 AHAs도 주름개선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름개선 물질로 인증받고 있는 레티놀과 그 유도체인 레티닐팔미테이트, 아데노신, 폴리에톡실레이티드레틴아마이드 등은 콜라겐의 감소를 막고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키는 데 효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습성분도 노화를 완화시키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다. 피부가 건조하면 잔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져서 피부노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피부 각질층 내의 수분량을 증가시키는 보습성분이 필요하다. 글리세린, 프로필렌글리콜과 PCA 등의 천연 보습인자 등이 가장 대표적인 보습 성분이다.
이 밖에 피부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각종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항산화제나 항염증 물질 등도 기능성 화장품의 주요성분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태평양기술연구소 고성용 연구원,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도움말=태평양기술연구소>
과민성 피부등 부작용 꼼꼼히 체크를
기능성 화장품은 특별한 기능을 가진 성분이 포함돼 있는 만큼 부작용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노화방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레티놀은 피부에 자극을 주어 피부가 빨갛게 되거나 과민해질 수 있고 모세 혈관이 증식돼 혈류량이 늘어나 얼굴이 붉어지기 쉽다.
따라서 평소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사람이나 얼굴에 거미줄처럼 생긴 실핏줄이 드러나는 모세혈관 확장증을 앓는 사람은 사용을 삼가야 한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세포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100㎚(1㎚=10억분의 1m)보다 작은 입자는 피부, 폐, 뇌 등 인체 어떤 조직도 통과할 수 있으므로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외선 차단 성분인 산화아연 등을 나노기술로 가공한 화장품은 장기적으로 DNA와 피부세포에 위험을 줄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