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 발표가 초읽기에 접어든 가운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있으나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완전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부터 급매물 출시가 증가하면서 가격하락 현상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9·5 재건축안정대책' 이후 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최근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정부가 돈줄을 죄고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추가 대책을 검토하자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매수세도 '올스톱' 됐다.대부분 단지 매수세 실종
대부분 단지에서 기존 가격대의 정상 매물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가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매수자들도 이로인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포주공 2단지 18평형의 경우 매도호가가 1,0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진 6억2,000만∼6억3,000만원대의 매물이 몇건 나왔으나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가 전혀 없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며칠만에 급매물이 나왔으나 문의 전화조차 한 통도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부동산시장 자체가 완전히 죽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D공인 관계자는 "묻는 사람도 없고 매입하는 사람도 없으면 가격은 내려가게 돼 있다"며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이번 주부터 가격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송파구 잠실주공 1, 2단지도 거래가 완전히 끊긴 상태. 매도호가가 500만∼1,000만원 정도 빠진 매물이 간간이 나오고 있으나 역시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6단지는 10월 첫주까지만 해도 매물이 전혀 없었으나 지난주에는 매물수가 평균 5∼6개에 달했다. 다만 매도호가는 여전히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도 최근 두달동안 매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나 9일부터 저층 평형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역시 매도호가는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거래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밖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개포동 주공1단지 등 강남권의 다른 주요 단지들도 매수세 실종으로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다. 대치동 G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추가대책 검토 영향으로 약 2주전부터 거래가 사실상 실종됐다"면서 "매물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본대책 안나오면 집값 급등
대치동 미도1차와 선경1차 등 강남권 일부 단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4단지, 분당신도시 시범삼성한신과 시범현대 등지는 양측의 눈치보기 작전으로 매수세 뿐만 아니라 매도세도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정부의 추가대책 발표가 늦어질수록 시장분위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거나 융자를 받은 사람들이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추가대책 발표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주부터는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정부의 추가대책 영향으로 시장이 죽었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이 본격적으로 빠질 단계는 아니다"며 "당분간 시장이 이 상태로 가다가 조정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중개업자는 "부동산 시장이 추가대책 발표를 앞두고 심리적 불안감에 휩싸여 전형적인 숨고르기 단계에 들어갔다"며 "향후 발표될 추가대책이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할 경우 집값이 오히려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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