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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마와 미스 프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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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마와 미스 프랭

입력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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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발행·8,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유다의 모델은 한 사람이다. 아름답고 고운 합창단원으로 예수의 모델이 됐던 젊은이는, 3년 뒤 술에 찌들어 길에 쓰러진 거지로 유다의 모델이 됐다. 선과 악의 얼굴은 같다. 모든 선과 악은 인간이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에 달려 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56)의 '악마와 미스 프랭'은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이은 소설 3부작이다. 코엘료는 이 시리즈를 '그리고 일곱번째 날…'이라고 이름붙이면서 "이 세 권의 책은 사랑, 죽음, 그리고 부와 권력에 갑자기 직면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주일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신이 엿새 간 천지만물을 짓고 일곱번째 날에 안식한 '일주일'을 코엘료는 "우리가 운명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부른다.

낯선 남자가 프랑스 산골마을 베스코스를 찾아왔다. 한때 무기회사의 주인이었지만 테러리스트에게 가족을 잃고 고통에 시달리는 남자다. 인간이 선한지, 악한지를 계속해서 물으면서 떠돌아온 그의 등 뒤에는 악마가 들러붙어 있다. 베스코스에는 어떻게든 산골을 떠나고 싶어하는 젊은 여자 샹탈 프랭이 있다. 꿈과 호기심에 부푼 여자에게 악마가 금괴 11개를 걸고 제안했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길 것. 기한은 일주일. 미스 프랭은 한쪽 귓속을 간지럽히는 '그 정도는 괜찮아'라는 속삭임으로, 또다른 쪽 귓속을 울리는 '그러면 안돼'라는 목소리로 잠을 이룰 수 없다. 견디다 못해 마을 사람들에게 금괴의 존재를 알렸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때 욕망의 부피는 커진다. 사람들은 금을 탐내기 시작한다.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코엘료는 소설 속 미스 프랭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빌어 답을 말한다. 한 사람이 성인에게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녀가 찾아온다면 그녀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소?" "엄청난 양의 금화를 주며 산을 떠나라고 제안하면 금화를 자갈 보듯 하겠소?" "한 사람이 당신을 경멸하고 또 한 사람이 당신을 받든다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겠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성인의 대답은 모두 "아니오"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난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거요." 성인이든 범인이든 혹은 그보다 좀 못한 사람이든 모두 다 똑같은 본능을 갖고 있다. 선과 악은, 지상의 모든 영혼을 정복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삶은 우리를 난관에 봉착시켜 우리의 용기와 변화의 의지를 시험한다. 그럴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거나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슬그머니 달아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작가의 목소리다. 그의 말이 맞다. 살 날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낭비할 시간은 조금도 없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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