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사각" 잎사귀 부딪치는 소리, 한줄기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꽃물결, 키를 덮는 억새 사이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사람들…. 가을을 대표하는 갈대와 억새밭의 정취다.굳이 철새의 군무(群舞)가 장관인 전남 순천만이나 충남 천수만,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의 무대였던 충남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이 아니어도 좋다. 직장이 끝난 오후나 주말 한갓진 시간을 이용해 가을속으로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억새와 갈대밭은 서울도심에도 있다. 가을밤, 연인이나 가족의 손을 잡고 억새풀 사이 샛길을 거닐며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을 밟아보자.
월드컵공원 억새축제
월드컵 공원에선 10일부터 19일까지 제2회 '억새축제'가 열린다. 무대는 테마공원인 하늘공원내 2만여평의 억새군락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평소 오후 6시면 통제되던 억새밭은 축제기간 특별히 오후 9시까지 개방된다. 억새수풀 위로 지는 노을정경과 가을달빛 아래 출렁이는 하얀 억새꽃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공원측은 해가 떨어지면 일곱가지 무지개색 빛을 쏘는 조명시설 무빙라이트(moving light)를 가동시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공원내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음악회가 이어진다. 11일 저녁 에콰도르 민속악 연주단 '시사이'(SISAY)의 연주를 시작으로, 김도향·최백호 콘서트, 하모니카와 드럼 연주회, 추억의 팝송, 아카펠라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가을밤의 흥취를 돋운다.
또 행사기간 내내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별을 관측하는 '별을 헤는 밤', 억새풀을 이용한 공예품 전시회와 만들기 체험, 하늘공원의 옛모습인 난지도와 복원이후의 환경생태를 주제로 한 사진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미사리는 '한강의 천수만'
경기 하남시에 있는 미사리조정경기장 주변의 한강둔치는 서울근교 최대의 갈대군락지다. 팔당대교에서 미사리축구장 주변 서울시계까지의 신장·당정 둔치 23만여평은 요즘 갈대와 억새로 뒤덮여 흰꽃 바다를 이루고 있다.
조망도 뛰어나 제방 위 길에서 버드나무와 갈대군락지가 어울린 둔치 전체를 감상할 수 있고, 둔치로 내려가면 직접 갈대와 억새풀 사이로 난 길을 걸어볼 수 있다. 우럭새 쇠뜨기 애기부들 수염가리꽃 등 30여종의 식물과 논병아리, 왜가리 등 2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자연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한강변에 조성된 도로를 따라 탁 트인 한강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가다 보면 무성한 갈대잎이 어깨를 스친다.
하남시와 광화문을 오가는 1007번 버스, 하남시와 서울 송파구, 강동구를 잇는 30―1, 30―2, 30―3, 30―4번 버스 등을 이용해 하남시청에서 내려 덕풍천변 도로를 따라 10여분 걸으면 이곳에 닿는다.
샛강생태공원의 갈대와 물억새
여의교와 서울교 사이 5만5,000여평의 샛강 생태공원도 손쉽게 갈대와 물억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버드나무와 함께 갈대와 물억새가 군락들을 이루고 있으며, 군락들 사이로 난 생태관찰로, 수변데크 등이 구비돼 있어 이 길을 걸으며 황조롱이와 물새들, 달맞이꽃, 개망초 등의 들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강동대교와 잠실철교 사이에 있는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에도 갈대밭이 조성돼 있다. 길이 700여m, 폭 30여m 크기의 갈대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책로를 따라 갈대사이를 걸을 수 있었으나 지난해말 이곳이 생태보존지구로 지정된 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저녁무렵 근처에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갈대숲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이 연출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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