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성의 역사 / 앵거스 맥래런 지음혼외 정사, 강간, 매춘, 동성애, 에이즈, 비아그라···. 성(性)이라는 단어를 빼고 20세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로 대표되는 19세기가 금욕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성 혁명'을 체험한 시기였다. 그러나 저자는 20세기의 '성'이 무지하고 억압적인 전근대의 상태에서 계몽되고 해방된 상태로 진보했다는 단선적 역사관에 이의를 제기한다. 성 이데올로기와 행동 양식은 변했지만 그 배후에는 이를 움직이고 조종하는 권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지배자들은 당대 성적 현실에 대한 경고와 공포를 이용해 대중들을 통치하고 있으며 소수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법, 의학, 문학, 대중 문화는 물론 풍문과 구전 동요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북미의 성과 관련한 자료를 망라, 풍부하게 펼쳐 보인다. 임진영 옮김. 현실문화 연구 1만 5,000원.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식물은 알고 있다 /김병소 지음
언뜻 보면 식물은 아무 생각 없이 자라고 시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식물은 놀랍게도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뿌리를 잘 내릴 수 있으며, 어떻게 싹을 틔워야 충분한 햇볕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완벽한 구조와 디자인을 갖고있다.
저자는 수학을 통해 평소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이러한 식물의 신비를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장미의 꽃잎은 대개 그 아래 두 장의 꽃잎 사이에 포개져 있는데 그 위치는 두 장의 꽃잎 사이의 정중앙이 아니라 한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이곳이 바로 황금비(0.618)의 위치이며 황금비가 바로 아름다움의 비결이라는 식이다. 경문사 1만2,0000원.
/김영화기자 yaaho@hk.co.kr
토끼 울타리 / 도리스 필킹턴 지음
'토끼 울타리'는 백호주의를 주장하며 원주민 동화정책을 편 호주 정부의 정책으로 수용시설에 갇혔던 세 꼬마의 수용소 탈출기. 1931년 14세 몰리와 10세 그레이시, 8세 데이지는 '백인의 피가 섞였음에도 미개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백인에게 봉사하는 하층민을 키워내는 수용소에 갇혔다. 셋은 탈출을 시도했고, 도중에 경찰에 잡혀간 그레이시를 빼고 두 딸은 토끼 번식을 막기 위해 쳐놓은 울타리를 따라 무려 2,400㎞의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두 딸을 찾은 어머니는 당국의 눈을 피해 평생 떠돌이로 지냈지만, 성인이 되어 결혼한 몰리는 또 다시 딸을 빼앗기는 운명의 악순환을 경험해야 했다. '토끼 울타리'는 1880년대에 시작돼 1960년대까지 존재한 야만적 백인 문화의 증명서다. 저자는 역경을 딛고 언론인으로 성공한 몰리의 딸로, 17일 필립 노이스 감독의 동명 영화도 개봉된다. 황금가지. 8,500원.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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