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는 노 대통령이 불참하고 고건(高建) 총리가 주재한다.이에 앞서 고 총리는 10일 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무거운 부담을 느낀다"면서 "그렇지만 국정 운영에 추호도 차질이 없도록 내각을 이끌겠다'고 말했다고 김덕봉(金德奉) 공보수석이 전했다.
총리실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측은 이날 오후 총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노 대통령이 언급한 재신임 방법과 각종 국정현안에 대한 추진 계획 등을 점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자리에서는 향후 고 총리의 행보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회의 직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소식이라 참석자들도 개인 입장만을 주고받았을 뿐"이라며 "전반적으로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전에 고 총리와 사전 협의를 전혀 하지 않은 데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국조실측은 "재신임 발언 자체가 극히 정치적인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와 굳이 사전에 협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책임총리제라는 말이 허울 뿐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각 부처와 장관들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각 부처들은 '충격' '경악' '성급'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일손을 잡지 못했다. 장관과 공무원들은 부처별 개혁정책이 후퇴하거나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했으며 일부에서는 행정 공백과 재신임을 얻지 못할 경우의 대혼란을 우려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너무 성급했다. 대통령이 약한 모습을 보여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대책 등 가뜩이나 해결의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정 현안의 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통령은 5년 간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이며, 앞으로 잘하면 되는데 왜 벌써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놀라워했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힌 한 공무원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대통령이 했다"며 "국가적 망신이고, 이는 결국 대외 신인도 악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이 재신임을 언급한 것은 장관이 가질 수 있는 시각보다 더 넓고 큰 차원에서 한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믿고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한명숙(韓明淑) 환경부 장관은 "잘못한 점에 대해 사과로 끝내면 될 텐데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창동(李滄東) 문화부 장관은 이날 국회 문화위의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김병호(金秉浩) 의원이 "대통령이 재신임받겠다고 했는데 장관도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재신임을 받든지 아니면 영화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대통령의 재신임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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