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나온 10일 증권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한 달여간의 조정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증권, 은행주 등 금융주가 6% 내외의 강력한 상승세를 펼쳤고, 삼성전자는 44만원대를 가볍게 돌파했다.종합주가지수도 730∼750선에 포진해 있는 매물 저항벽을 쉽게 넘으며 750선을 22일만에 탈환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오전 11시를 전후해 외인 매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강해지자 결과적으로 대통령 재신임 발언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총선 전후로 예정된 대통령의 재신임 전에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신임 발언은 중기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는 정 반대의 견해도 나왔다. 모 증권사의 한 임원은 "재신임 발언은 엄청난 악재가 될 만한 사안"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불안까지 야기되면 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는 이 날 증시의 상승세를 전날 연중 최고치까지 오른 뉴욕 증시의 상승세에서 찾았다. 그간 미국 경기회복의 복병으로 꼽혔던 고용 회복 문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뉴욕증시의 상승세가 확인되고, 환율의 급등락세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이 3,800억원의 대량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 동안 거래소에서만 1조5,000억원 내외를 순 매수했다.
여기에 3분기 기업실적발표에 맞춘 기업실적 회복 전망, 증권 및 투신업계 사장단의 증시활성화방안 대정부 건의 등도 증권 및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재신임 발언이 증권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미래에셋 박만순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은 국내상황보다 세계시장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북핵 문제가 다시 돌출되거나 금융위기가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신임 발언이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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