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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26>모리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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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26>모리아크

입력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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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10월11일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1970년 파리에서 몰(沒). 21세에 파리로 가 정착할 때까지, 모리아크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고향에서 자랐다. 가론강이 대서양으로 흘러 드는 이 고향 근처의 풍치는 뒷날 모리아크 소설의 주무대가 되었다.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로부터 엄격한 가톨릭 교육을 받은 터여서 모리아크의 작품들에는 종교적 분위기가 짙지만, 그는 예컨대 비슷한 연배의 가톨릭 작가 조루주 베르나노스와는 달리 신앙 생활 자체를 문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한 여성과 부자(父子) 사이에 순정한 삼각 관계를 설정해 결핍된 사랑이 인간에게 주는 비애감을 그린 '사랑의 사막'(1925)이나, 인습적 가족 제도의 속박 속에서 생기를 잃어가는 여성의 얘기를 그린 테레즈 데스케루(1927) 같은 소설들이 모리아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주인공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섬세히 추적한다는 점에서 모리아크는 유럽 심리 소설의 전통 안에 있었다. 그는 195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드골의 비서를 지낸 뒤 4부작 소설 '내면의 대화'(1957∼1963)와 자전적 시대 증언 '움직이지 않는 시간'(1974∼1985)으로 이름을 얻은 클로드 모리아크(1914∼1996)는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아들이다.

프랑수아 모리아크도 한 예지만, 프랑스의 명사(名士)들은 그들이 어디서 태어났든 흔히 파리에서 살다가 파리에서 죽는다. 지난해 1월 파리에서 작고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도 고향이 피레네 산맥 근처의 댕갱이라는 곳이다. 한국의 명사들이 고향이 어디든 대개 서울에서 살다가 서울에서 죽는 것과 비슷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 이후 지방 분권화가 꽤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프랑스에서 파리의 구심력은 아직도 지나치게 큰 듯하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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