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로진 지음 사회평론 발행·8,800원
사람 목숨은 모른다. 지금 당장 죽는다면? 내 아이는, 내 가족은? 물려줄 거라곤 마이너스 통장 뿐인데…. 아이는 아직 철부지이고 나에겐 시간이 없는데…. 내가 없으면 그 동안 살아 오며 깨달은 것, 아빠가 아니면 해줄 수 없는 말은 누가 대신 해주지?
다섯 살 배기 아들 제이의 아빠인 탤런트 명로진(37·사진)은 그런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결심했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아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자고. 그는 스스로와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1년 동안 당신의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쓰시오. 인세는 통장이 아닌 당신 영혼의 계좌에 입금될 것이오."
'세상에 꼭 하나뿐인 너를 위해'는 그 결실이다. 아들이 세상을 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25통의 편지를 묶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인생론인 셈이다. 핵심은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라'는 것이다. 흔해 빠진 충고 같지만 이 책을 읽는 느낌은 특별하다. 매우 솔직하고 담백해서, 또 아주 신선해서 가슴이 뭉클하다.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막 태어난 아들을 위해 비디오를 찍는 내용의 외국 영화를 봤습니다. 아버지는 거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면도를 하지요. '네가 크면 수염이 자랄 거야. 면도는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말하면서. 제이가 이 책을 혼자 읽으려면 한 10년쯤 지나야겠지요. 그때 제이는 아빠의 사랑을 새삼 느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는 건 원치 않아요. 다만 조금 깨어있고 자유로운 아빠의 말로 들어주길 바랄 뿐…."
그가 하는 말은 이런 것들이다. "보물이 묻힌 밭(인생에서 가장 값진 무엇)을 발견하면 네 모든 것을 팔아서 그걸 사라." "일생을 휴가로 만들어라.(뭐든 억지로 할 필요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라.)" "인생을 느리게 살아라." "겸손을 평생의 친구로 삼아라." "여행을 위해선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다." "엄마 아빠에게 효도할 생각일랑 말아라. 네가 살아있음,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대신 세상의 불행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줘라."
아들에게 비주류의 삶을 권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없지 않지만, 그는 그게 옳다고 믿는다. 중학교 시절 경험한 교내 폭력에 하도 진저리가 나서 '너는 학교에 가지 말아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들을 다름을 이해하는 코스모폴리탄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국제 결혼을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교육 문제는 그의 고민이다. "학교에 가지 말라는 건 일종의 반어법이지 꼭 그러라는 건 아닌데, 어찌 해야 좋을지…."
다소 튀는 느낌이 없지 않은 이 아빠는 알고 보니 이력도 별나다. 대학졸업 후 3년간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연극판에 뛰어들어 배우가 됐다. 지금은 SBS TV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 친구를 배신하고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나쁜 놈'으로 나오고 있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이 책 말고도 어린이 교양서, 시집, 에세이 등 9권의 책을 썼다. 수중분만으로 제이를 낳은 체험기 '물 속에서 아기를 낳으시겠다고요?'도 그 속에 들어 있다.
춤, 특히 라틴댄스 살사를 무척 좋아해서 2년 전 국내 첫 살사동호회(www.ohmylatin.com)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고, 올해 8월에는 코엑스에서 국내 최초의 살사 국제대회를 열기도 했다. 산도 그의 사랑이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남미 에콰도르의 적도 최고봉 침보라조(해발 6,310m)를 등반하기도 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뭘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권의 책보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닭살 돋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아내를 껴안으며 말합니다. '여보, 당신은 내 거지?' 하고. 그러면 제이가 끼어들지요. '아니야, 엄마는 내 거지?'하고."
/글 오미환기자 mhoh@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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