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데이비스 지음·이형주 옮김 베텔스만코리아 발행·2만2,000원
지금도 "비틀즈는 나의 영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드시 비틀즈와 동세대만은 아니다. 비틀즈가 공식 데뷔한 1962년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도 태반이다. 바로 '비틀마니아(Beatlemania)'들이다.
이 책은 비틀마니아를 위한 원전(原典)이라 할 만하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기자였던 저자는 1967년부터 18개월 동안 비틀즈와 함께 살다시피 하며 이 책을 썼다. 비틀즈가 10대의 우상에서 벗어나 팝 사상 최고의 걸작들로 꼽히는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와 'The Beatles'를 만들던 때다. 폴 매카트니 인터뷰로 비틀즈와 인연을 맺은 저자는 서문에서 "비틀즈의 모든 이야기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기록하려 했다"고 말한다. 비틀즈와 정식 계약을 맺었으니 유일한 공인 전기다.
저자는 비틀즈의 데뷔 이전 시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비틀스의 고향인 영국 리버풀의 친지와 친구를 만났고 음악적 자양분이 된 독일 함부르크 시절과 스타가 되려 안간힘을 쏟던 시절까지 소상히 밝혀냈다. 또 당시 비틀즈의 '현재'에 대해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생생한 기록을 남겼다. 반면 비틀즈가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세계를 떠돌며 공연하던 64∼66년은 간단히 자료들만 인용하는 정도다. 전세계적 열광에도 불구, 비틀즈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데뷔 이전과 현재였고, 저자는 이를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원전을 읽는 즐거움은 이후 나온 수많은 해설서들에 쓰여진 내용을 거꾸로, 가장 꾸며지지 않은 상태로 발견하는 데 있다. 비틀마니아라면 이미 모두 알고 있을 비틀즈의 어린 시절과 여기저기서 접했던 역사의 조각들을 한꺼번에 끼워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하지만 최고의 매력은 비틀즈와의 거리가 이후의 그 어떤 책보다 좁다는 데 있다. 저자는 기자답게 주관적인 해석은 배제하고 존, 폴, 조지, 링고 네 사람의 멘트를 최대한 담았다. 또 존과 폴이 각자 머리 속에 떠올린 노래들을 어떻게 합쳐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처럼 눈 앞의 광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했다. 비틀즈 노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많지 않지만 비틀마니아라면 충분히 연결짓고도 남는다.
70년 해체한 비틀즈의 마지막 모습이 공란이라는 점은 이 책의 태생적 한계다. 85년과 2002년 개정판 서문이 추가되어 있지만 정점에 이른 비틀즈가 어떻게 분열되어 가는지에 대해서는 간단한 서술만 있을 뿐이다. 저자로서도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비틀즈가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생명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는 말로 책을 끝냈다. 비틀즈가 해체한 지 33년이 지났고 존과 조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비틀즈는 죽지 않고 있다. 2000년 편집음반 'The One'은 한국에서만 50만 장 넘게 팔렸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비틀즈의 노래가 불리고, 들리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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