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정부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고건 총리가 10일 저녁 급히 마련한 간담회에서 사회 각계 원로들은 '재신임' 문제가 가져올 국정 혼란을 우려한 뒤 고언(苦言)을 쏟아냈다.삼청동 총리 공관서 이뤄진 만찬 간담회에서 강원룡(姜元龍) 목사는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헌법에도 없는 경박한 결정이어서 대단히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강 목사는 "초심으로 돌아가 들을 줄 아는 대통령이 되고 바른 말하는 참모를 주위에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어서 어리둥절하다"며 당혹감을 표시했고, 송월주(宋月珠) 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정부와 국회가 잘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 총리가 유연한 자세로 리더십을 갖고 각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영숙(朴英淑) 한국여성기금 이사장은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민안(民安)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신임이 제도상으로 없어 국정공백을 가져올 것이므로 대통령이 참담한 심정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재신임 제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원로들은 또 "경제와 북핵, 파병 문제, 부동산 대책, 국책사업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 문제까지 겹쳐 더더욱 걱정된다"며 "총리와 장관들이 합심해 국정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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