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일본의 문학 작품, 출판물이 유럽과 미국에 널리 알려진 것은 일본이 1990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선정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 출판은 아시아를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고,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계기로 세계 무대로 도약할 것입니다."한국관, 2005년 주빈국 홍보 시작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 타워에서 막을 올린 제55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한 이정일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올해 한국관을 운영하는 소감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 한국이 2년 뒤 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주빈국은 해마다 6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도서전이자 각국 책문화 경연장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단일 국가로는 최대의 전시장을 확보해 해당국 문화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를 갖는다.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관에는 2005년 주빈국 선정을 알리는 대형 조형물이 설치됐고 행사 준비를 위해 문화관광부 관리들과 공연·이벤트 등을 준비할 전문 인력이 대거 참관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18개 언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작품 195권을 전시하고, 한국관과는 별도로 '타자 속의 나―독일 속의 한국 문학, 한국 속의 독일 문학'을 주제로 책을 비롯해 한국 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출판사들은 사계절, 문학과지성사, 책세상, 문학동네, 영진닷컴, 웅진 등이 독립 부스를 마련한 것을 비롯해 모두 70여 출판사가 1,500종의 도서를 전시하고 도서전이 끝나는 13일까지 저작권 상담에 나섰다.
경기 침체로 도서전 위축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참가국은 지난해보다 9개국이 적은 102개국. 부스를 마련한 출판사가 6,611개, 출품 도서는 33만 6,253권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지만 신간 비중이 10% 가까이 줄어 몇 해째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 경기 침체를 반영했다.
그나마 출판사들이 책 전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를 앞세운 덕분에 전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10만 권 한정으로 '사상 최대의 영웅'(Greatest of All Time)이라는 800쪽 짜리 무하마드 알리 사진집을 출간한 독일 타셴 출판사는 전시장에 아예 권투 경기장을 차리기도 했다. 해마다 관심이 커지는 만화 전시관에서는 500여 명이 참가, 세계에서 가장 긴 81.61m 짜리 연재만화 그리기에 나선 것도 이채로웠다.
영미권 도서 관심 끌어
독일 출판사들은 전체 10개 홀의 전시 공간 중 2개를 차지한 데다 저자와의 대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단연 돋보였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존 쿳시의 작품도 여러 출판사가 대형 얼굴 사진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도서전 개최의 주목적인 출판사끼리의 저작권 상담은 영미권 부스에서만 활발했다. 민음사 박상순 편집주간은 "영어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프랑스나 독일에서 번역출간됐을 때 대개 잘 팔리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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