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74)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위암 중병설이 확산돼 중동평화 과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시사주간 타임은 9일 자치정부 소식통을 인용, 하루 전 요르단과 이집트 의료진이 아라파트 수반을 검진한 결과 위암으로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아라파트 주치의들은 "장 바이러스 감염으로 치료받고 있을 뿐"이라며 위암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아라파트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극도로 쇠약한 모습을 보인데다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는 주장까지 나온 터라 중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병설은 공교롭게도 아흐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가 취임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과 동시에 터져나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쿠레이는 안보 문제에 아라파트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데 불만을 품고 사표를 냈다.
타임은 위암이 사실일 경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중동평화뿐 아니라 미국의 중동전략에도 중대한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암이라면 수술이 시급한데 여기에는 아라파트 축출을 기도해 온 이스라엘의 태도가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가 자치정부 청사가 있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를 떠나는 것만 허용하고 재진입은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아라파트가 암으로 조기에 사망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팔레스타인 각 분파를 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그가 죽는다면 팔레스타인 사회의 핵분열과 함께 무장단체들을 통제불능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현재 아라파트의 권력은 자치정부 수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최대 정파인 파타운동 지도자 등 세 지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치정부 헌법상 수반은 유고시 자치의회 의장이 대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후계자가 되든 PLO와 파타운동을 모두 아우르기는 어렵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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