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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재신임 선언/집권初 도덕성 위기 돌파 "최후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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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재신임 선언/집권初 도덕성 위기 돌파 "최후 카드"

입력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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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한지 겨우 8개월째인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측근 비리와 관련, "재신임을 묻겠다"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될 재신임 절차가 실행에 옮겨지면 결과에 따라서는 대통령직 사퇴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 일각에서는 '도덕성 실추'라는 위기국면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노 대통령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신임 문제는 한번 언급된 이상 노 대통령의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신임 정국'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누구도 예단키 어렵다. 최악의 경우, 국정은 끝 모를 혼란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청와대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돌발 행보를 미처 예상치 못해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평소 스타일로 봐 국면전환을 위한 단기적 처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면서도 도덕적 기반만을 가지고 국민을 믿고, 국민을 향해 정치를 해온 대통령으로서는 도덕성의 위기가 곧 대통령직의 위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재신임을 공표한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재신임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정치적 술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측근 비리 뿐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된 국민의 불신까지 종합적으로 재신임 사유에 포함시킨 것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털고 가겠다는 것은 단순한 위기 돌파 차원을 너머 국민으로부터 새로운 '개혁 동력(動力)'의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현재 노 대통령의 지지도로 보아 이런 기대가 충족될지는 불투명하나 새로운 집권기반의 확보라는 승부수의 성격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최도술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수사 상황을 9월 초에 이미 강금실 법무장관에게서 보고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재신임을 제안하기까지 노 대통령의 머리 속엔 많은 생각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구상이 즉흥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지지의사를 밝힌 신당의 미래, 내년 총선 역학구도 및 정계개편 흐름, 정치권의 개헌론 움직임, 지지세력 재규합 방안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변수를 고려한 결과가 재신임 카드로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 시기에 대해 "늦어도 총선 전후"를 제시한 것도 이러한 구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현 여부와는 관계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권에 대한 모든 불만 요소를 재신임 카드로 돌파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카드를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시각각 진행되면서 자금의 유통경로, 결국에는 노 대통령의 관련 여부 등이 관심의 초점이 되는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노 대통령이 선제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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