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주력 반도체의 세대교체를 통해 반도체 제2의 신화 달성에 나선다. 삼성은 9∼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핵심 임원들이 참여하는 '반도체 특별전략회의'를 열고 플래시 메모리를 반도체 분야의 주력제품으로 육성키로 결정했다.삼성은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 집중 투자해 내년에 플래시 메모리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메모리 반도체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 반도체 세대교체
플래시 메모리 집중육성 방침에 따라 그 동안 삼성 반도체 신화의 발판이 됐던 D램 대신 플래시 메모리가 삼성 반도체 사업의 간판제품으로 등장하게 됐다. 삼성 반도체가 사실상 세대교체를 이루는 셈.
삼성이 반도체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간 것은 경기에 민감한데다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마저 떨어진 D램 대신 급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캐시카우' 플래시 메모리에 역량을 집중해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이 회장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도 이처럼 만만치 않은 의미 때문. 이 회장은 2001년 도시바의 협력 제의를 뿌리치고 독자적인 플래시 메모리 사업 추진을 지시하는 등 반도체 사업의 중요한 고비마다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결단을 내려왔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올해는 메모리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 세계 1위로 올라선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올라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데 반도체가 앞장서자"고 역설했다. 이례적으로 연구인력까지 불러 회의를 주재한 이 회장은 10일에는 화성 반도체 사업장 12라인을 방문, 생산공정을 둘러 본 뒤 "삼성의 반도체가 제2의 성장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화성을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로 키워나가자"고 당부했다.
플래시 메모리 시대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는 전원을 끊어도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정보 저장이 필수적인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등 휴대용 제품에 주로 쓰이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저장형인 낸드(NAND)형과 코드 저장형인 노아(NOR)형이 있는데, 삼성전자가 현재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선 낸드형 제품의 시장규모는 2000년부터 매년 70% 이상 성장을 거듭하며 2007년에는 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황 사장은 "D램보다 경기에 덜 민감하고 수익성도 높은 플래시메모리는 올해의 경우 수요의 40%도 공급 하지 못했다"며 "디지털 제품의 발전에 힘입어 향후 10년간은 황금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의 성장 엔진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낸드형 제품에서는 시장 점유율 65%로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전체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는 인텔(20.2%)에 이어 2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은 노아형 제품 시장 점유율도 확대해 내년에는 명실상부한 1위에 올라서겠다는 계획.
삼성 관계자는 "플래시 메모리 집중 육성으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들만 각축을 펼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공인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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