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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공방" 파장 확산일로

입력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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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들이 조선·동아일보에 대해 취재 거부를 결의한데 이어 KBS 노동조합과 직능단체들이 색깔론 공세에 대응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성명을 내 취재 거부를 비난하는 등 이들 행보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김영삼 KBS 노조위원장은 9일 "사내 직능 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전사적 차원에서 KBS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르면 10일 발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기술인협회 등 KBS 사내 직능 단체들은 8일 밤 긴급 모임을 갖고 "공영방송의 위상을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행해지는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의 공세에 집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 모임에서는 조선·동아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는 논의되지 않았으며, 일단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확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PD협회는 이와 별도로 PD들이 근무하는 각 사무실 입구에 조만간 '조선·동아일보기자 출입금지' 팻말을 붙이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는 등 취재 거부를 실천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PD협회가 '모든 프로그램을 통해 언론 개혁 여론을 확산시키겠다'고 결의한 가운데 '한국사회를 말한다'팀은 11일 신문권력의 문제를 다룬 '신문―누구를 위한 권력인가'편을 방송키로 했다.

황용호 CP는 "이 프로그램은 국감 이후 불거진 색깔론 공세와는 별도로 과연 신문이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제4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2개월 전 기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는 최근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이 김일성 시계를 강조해 북한을 미화했다고 비판한 동아일보 기사를 왜곡보도의 주요 사례로 다룰 예정이어서 KBS와 일부 언론의 다툼이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KBS 경영진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간부는 "9일 간부회의에서 PD협회가 조선·동아일보 구독 중단과 해당 신문 기자의 출입금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을 들었지만 정연주 사장이 해외 출장중이어서 차후 검토키로 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방송협회(ABU) 총회에 참석중인 정 사장은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날 KBS PD들의 취재 거부에 대해 입장을 내고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특정 신문을 상대로 취재거부를 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는 것이며 KBS에 대해 어떤 비판도 불허하겠다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KBS 직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엇갈리고 있지만 PD들이 특정 신문에 대해 취재 거부를 선언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안티조선 운동,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동아일보 취재거부 등 최근 보수언론의 부당한 보도에 대한 방어 또는 반격 수단으로 취재 거부가 사용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메시지를 전달하면 바로 수용자에게서 효과가 일어난다는 이른바 '탄환이론'은 옛날 얘기이며 수용자는 다양한 과정을 거쳐 메시지를 취사선택한다"면서 "취재 거부보다는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알려 국민이 양 주장을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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