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농가에 놀러 갔다가 사냥개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검은 개 한 마리를 만났다. 이 개는 특이한 습성을 갖고 있었다. 땅 위에 어른거리는 불빛을 한없이 좇아 다니는 것이다. 시계나 안경의 반사광, 플래시 불빛 같은 것을 땅바닥에 비추면 개는 갑자기 그것을 주목하고 마치 그것이 사냥감이라도 된 것처럼 달려든다. 그러나 막상 달려들면 불빛은 그 검은 개의 머리 위를 비추게 된다. 허탕이다.어두운 실내에서도 햇빛이 비껴 들어오는 곳에만 앉는다. 햇빛은 창을 통해 들어와 바닥에 밝은 기운을 드리운다. 그것은 접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길게 누워있는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잘 움직이지 않으므로 그 앞에 앉아 가만히 노려보며 지킨다. 천상 사냥개다.
그 개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고 싶으면 플래시로 바닥에 불을 비추기만 하면 된다. 개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그 빛을 따라 다닌다. 아직 어려서인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지치지도 않고 그 짓을 반복한다. 때론 몸을 낮추고 잡히지 않는 그 빛을 향하여 컹컹, 짖어대기도 한다.
영원히 잡히지 않을 실체를 좇는 그 일생이, 스스로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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