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30만 화소급 카메라폰을 장만했던 대학생 김모(20)군은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며칠 전 디지털 카메라 수준의 130만 화소급 카메라폰이 새로 나왔기 때문.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마다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하는 '얼리 어답터'로 자부해온 김군이지만, 3개월 만에 휴대폰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국내 첨단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제품의 개발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자고 나면 신제품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더불어 제품 교체주기도 대폭 단축된 것은 물론, 원가절감 효과에 따라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있다.
빨리 가는 디지털 시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일명 벽걸이) TV 등 디지털 TV는 올들어 국내 업체간 화면 키우기 경쟁이 불 붙는 바람에 개발주기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2000년 삼성SDI가 세계 최초로 63인치를 내놓은 이후 한동안 멈춰있던 PDP TV의 '개발 시계'는 올들어 70인치(5월 삼성SDI), 71인치(6월 LG전자), 76인치(10월 LG전자) 등이 잇따라 선보이며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평균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제품을 출시한 삼성SDI 관계자는 "다면취 기술 등 신기술 개발로 2∼3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 신제품이 빨리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카메라폰의 등장으로 화소수 늘리기 경쟁이 벌어졌던 휴대폰도 삼성전자는 평균 1주일에 한 개 모델 정도 신제품을 쏟아냈다. 덕분에 올 3월 30만 화소에 머물렀던 카메라폰 화질도 최근에는 디지털 카메라 뺨치는 130만 화소로 치솟았다. 지난해까지 200만 화소급 제품이 보편적이었던 디지털 카메라도 업체별로 3개월 주기로 신제품을 선보이며 올 하반기에는 400만 화소급 제품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수명단축과 가격폭락
디지털 및 IT업계가 제품 개발주기를 단축하고 있는 것은 이에 따른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 디지털TV의 경우 대중화의 선결 과제인 가격하락이 가능하고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등은 제품 교체주기 단축을 노리고 있다.
PDP 업계에 따르면 42인치 기준으로 2000년 1인치 당 200달러였던 원가는 지난해 100달러로 뚝 떨어진 데 이어 2005년께 50달러 정도가 될 전망이다. 2001년 1,200만원이었던 42인치 PDP TV가 2005년에는 200만원대로 내려가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평균 1년이었던 휴대폰 교체주기는 3개월로 단축됐고, 디지털 카메라도 마니아의 경우 평균 6개월에 한번씩 신제품으로 기종을 바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림푸스한국 이경준 마케팅 부장은 "한번 장만하면 고장 날 때까지 사용했던 필름 카메라 시대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지만, 디지털 시장은 이제 신선한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제 값을 못 받는 채소 시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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