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신 리안(李安) 감독은 1954년 태어나 24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에서 영화연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쿵후선생’(92년), ‘결혼피로연’(93년) 등의 초기작을 통해 이민이나 유학 등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양인들의 모습을 필름 속에 주로 담았다.동양인의 정서를 고집하지 않고 서양인의 시각에서 동양인들의 생활과 사고 방식을 냉철하게 묘사해 주목을 받은 그는 ‘결혼피로연’으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명성도 함께 얻었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할리우드는 그에게 19세기 영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다룬 ‘센스 앤 센서빌리티’(홈CGV 10일 밤10시)의 감독을 맡겼다. 그는 95년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이후 그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무협영화 ‘와호장룡’(2000년)으로 73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며 다시금 그의 진가를 확인시켰으나 올해 개봉한 괴물 영화 ‘헐크’에 대해 관객이나 평론가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결코 화해하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설정은 블록버스터을 깨뜨렸고, 이런 시도는 대중에게 배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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