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사투리 바람-3人의 사투리 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사투리 바람-3人의 사투리 대담

입력
2003.10.10 00:00
0 0

'사투리 장인'들이 모였다. 영화 '황산벌'의 기획자인 전라도 출신의 조철현(44)씨. 최근 출간된 생활사투리 동화 '니 숙제 안하믄 우얄라꼬'에서 충청도 사투리편을 쓴 동화작가 이영(60)씨. 스카이라이프 에듀 TV에서 경상도 사투리 입담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수학강사 김승태(33)씨.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투리에 대한 애환과 사투리의 매력을 털어놓았다.계백 장군도 생활인이랑께

이영 : '황산벌 전투'를 영화로 만들었다지유, 지도 예전에 계백장군을 동화로 쓴 적이 있시유. 계백 장군이 참 훌륭한 장군인디, 최영 장군이니 이순신, 김유신 장군에 비하믄 묻혀 있잖유. 전쟁터 나가기 전에 처자식을 죽인 거, 그게 어디 보통 일인감유. 이번에 영화화 잘했슈. 박중훈 장군, 그 양반 꼭 뜰거유.

조철현 : 맞당께요. 전쟁 나믄 지 새끼 빼돌리기 바쁘제, 시상에 어느 천지에 장수가 먼저 즈그 처자식 아작내부는 경우가 있으까잉. 근디 우리가 이걸 영웅화 하겠다는 게 아니어라. 위인이라믄, 똥도 안 싸는, 절대적 우상처럼 돼부럿응께. 그것이 다 국가 이데올로기 땜시 과장되고 미화된 거 아니것소잉. 지들은 계백 장군이 마, 실제 마누라하고 허벌나게 싸우고 짜증도 내는, 고러코롬 살아있는 인물로 한번 맨그러볼라 했지라.

김승태 : 근데 말입니더. 처자식을 딱 쥑이삐고 전쟁하러 갔다가 고마 전쟁에서 이기뿌먼 우얍니꺼? 이기 해피엔딩인교, 마 비극인교. (잠시 썰렁한 침묵이 흘렀다.)

사투리의 추억- 어데예, 사투리 쓴다고 마....

이영 : 옛날에는 사투리 쓰면 촌놈 취급 받았잖유. 서울 오면 챙피해서 싸게 싸게 서울말 배우고 그랬지유.

김승태 : 하모예. 제가 첨 서울 왔을 때는 영어 강사를 지원했다 아입니꺼. 근데 어데예, 사투리 쓴다꼬 누가 받아줄라 캅니꺼. 우짜다 수학은 사투리하고 별 상관이 없어서 할 수 있었지만 우스븐 일도 많았어예. 학원에서 애한테 '쇳대(열쇠) 가꼬 온나' 캤더만, 애가 얼굴이 벌개 가꼬 쇠파이프 갖고 왔다카이. 예전에 불광동에서 살았는데, 동네에 전라도 사람들이 쌔삐리 가꼬 끝말을 고마 뭉개뿌고 안 그랬습니꺼.

조철현 : 앗따, 그랑께, 그때는 지역감정이랑게 있어 징혔지요잉. 나는 오기가 나서 사투리를 안 고치고 더 많이 써부렀제라. 그러다 낸중에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을 쳤는디, 나도 모르게 자꾸 '∼해부렸습니다' 혀싸갖고 사정없이 떨어져분졌소.

요새 애들은 사투리 얼매나 좋아하는디유

이영 : 요샌 애들이 사투리를 얼매나 좋아하는디유.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다 사투리 한번 쓰믄 뒤집어지지유. 동화도 말이유,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써야된다 하는데, 요샌 택도 없시유. 애들 상상력이나 개성이 얼매나 강한디유. 사투리는 솔직한 느낌이 들잖유. 똑부러진 표준어에 없는 풍성한 감성 표현이 요새 아들 마음에 쏙 와닿는 것 같슈.

조철현 : 첨 황산벌 기획한 게 한 5년쯤 전이구만이라. 사투리 열풍이 불기 전이었지라. 역사적 인물들이 사투리로 대사를 한다니께 황당하다, 재미있것다, 요런 반응이었어라. 근디 이게 황당한 거여? 오히려 당대 모습에 쪼까 더 가깝게 다가간 것이제. 표준말로 스테레오 타입화된 역사가 말여, 사투리를 통해서 팔딱팔딱 살아난당게. 또 요새 아그들이 사투리 좋아하는 것도 인터넷 언어란게 단순헌디, 사투리가 그걸 풍성하게 보충해주는 면이 있기 때문 아니것소잉. 아 긍께 고거이 사투리의 거시기한 점이라 이 말이요.

김승태 : 거시기라 카모예, 지는 첨엔 그 뭐라 카노, 음란 사이트, 그기 퍼뜩 떠올랐다카이. 경상도에선 거시기 그기, 그기로 통합니더.

경상도가 아쌀 하믄, 전라도는 거시기 하제잉

조철현 : 전라도에서 거시기는 긍께, 거시기랑께. 경상도 사투리가 맺고 끊는, 아쌀한 맛이 있으믄 전라도는 말하자믄, 거시기 하다 이 말이제. 서울 와서 경상도 사람 첨 봤는디, 워찌나 말이 직설적이고 다혈질적인지 쪼까 껄쩍지근 헙디다요잉. 전라도 사투리는 긍께 비비 꼬는 맛이제. 손님이 꾸물대면 운전수가 "앗따 시방 뭣허시요잉 퍼뜩 거시기 하랑께" , 모 이런 식이지라. 다른 사람이 보면 속을 모르것다, 엉큼하다 그래도 여유롭고 상대를 배려하는, 쪼까 다중적으로 사태 파악을 하는 그런 맛이 있당께.

이영 : 전라도 사투리는 참말루 정겹고 구수한 맛이지유. 경상도 사투리는 익살맞기도 하고. 근디 충청도 사투리는 느릿느릿한 게 젤루 미련하구 촌스럽지유.

김승태 : 그 캐 사도 군대서 밥 묵을 때 보믄 충청도 사람이 젤 앞에 앉았던데예. 말이 느리다 캐도 속은 딱 여우라카더만.

조철현 : 속은 꽉 찼당께. 또 경상도 사투리가 거칠고 투박하다고 혀도 경상도 아가씨들이 '오빠야∼, 어데 가노' 하믄 전라도 남자들, 기냥 쓰러진당께. 워찌나 귀여운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아입니꺼

김승태 : 그라고 보믄, 사투리 바람이 지역을 이해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한거 아입니까. 뭐라 캐 사도.

조철현 : 아 글시, 요새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 아니라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랑께. 긍께 뭣이냐, 세계화도 지역적 특성을 살려 감시로 해야 헌다, 뭐 그런. 세계화의 물결이 허벌나게 몰려오니께 그것에 대한 반발심이 생기지 않것소잉.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욕구, 그기 세계화로 공허해지는 우덜 맴의 균형을 잡아준다 아 그말 아닌 갑이여.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우얍니꺼 : '어떻게 할겁니까'를 줄인 경상도 사투리지만 실제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 말이기 보다 부조리하거나 충격적인 상황에서 텨져나오는 당황의 감탄사이자 동정을 호소하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우야꼬, 우짜노 등이 있고, 전라도 사투리로는 워째스까이가 있다. <예제> 공원에서 내 아를 일짰는데 우얍니꺼.(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이를 어쩝니까.)

어데예 : 'oh, no'에 해당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부정적 감탄사다. 자칫 '장소가 어디냐'라고 해석되는 경우 큰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사한 표현으로 '은지예'가 있다.

<예제> '우리 커피 한잔 할래요?' '어데예'. '아 장소는 요 앞 커피점요'.'은지예' '언제요? 퇴근 후에 보죠.' '자꾸 와이카노. 이기 미친나'

새삘릿다 : 매우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유사한 표현으로 '억수로 많다' '천지삐가리다' 등이 있다.

징하다 : 상대가 너무 끈질겨서 질려버렸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특히 악착 같은 부정적 세태에 대한 체념과 초탈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제> 워메, 시상 참 징혀.

카다 : '하다'를 강하게 발음한 경상도 사투리로 '하다'가 담지 못하는 상당한 압축성을 갖고 있다. '그렇게 말하다'를 그 카다, 뭐라고 말하니를 '뭐라 카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예제> 그카니까 그카지, 안그카마 그카나. (그렇게 말하니까 그러는거지,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겠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