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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초가 있는 풍경-일상으로 들어온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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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초가 있는 풍경-일상으로 들어온 초

입력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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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한 생크림 위에 나이 만큼 총총이 놓여진 가느다란 초를 ‘후욱’ 불며 소원을 빌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성탄 전야, 마주앉은 연인의 눈동자가 촛불과 함께 흔들리던 작은 카페에 대한 추억도 우리를 설레게 한다.이처럼 특별한 날 축하용으로, 혹은 카페나 레스토랑의 분위기 메이커로 사용되던 초가 일상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격이 싸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워낙 종류가 많아 철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초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각종 인테리어 매장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초와 촛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로 벌써부터 손발을 비비게 하는 이 가을에, 로맨틱한 양초 인테리어로 마음을 데워보자. 불을 붙여 흔들리는 촛불이나 켜기 전 온전한 상태의 초, 모두 나름의 매력을 지닌다.

촛불 ON : 새로 만들어지는 작은 공간

어항 속의 물고기나 흐르는 시냇물을 오래도록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려본 적이 있는가.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촛불도 마찬가지다. 단 1초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촛불은 복잡한 많은 것들로부터 우리를 잠시 떼어 놓으며 혼자만의 사색으로 인도한다. 책을 읽는 공간에 다른 조명이 있더라도 옆에 초를 하나 더 켜두면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연구도 있다.

아무리 치워도 정리되지 않는 산만하고 어지러운 공간을 잠시 잊고 ‘한 분위기’ 잡고 싶을 때도 촛불은 유용하다. LG데코빌 범승규 수석 디자이너는 “촛불의 빛이 비추는 영역은 다른 조명에 비해 매우 좁아 ‘누구도 침벌할 수 없는 나 혹은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며 “매일 보는 공간의 한 부분만을 떼어내 달리 보이게 하고 싶을 때 촛불을 사용해볼 것”을 권했다.

촛불을 연출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그럴듯한 방법은 물에 띄우는 것. 투명하고 큰 수조나 어항에 물을 채운 후 작은 초를 몇 개 띄워 불을 밝히는 방법이다. 물에 어른어른 비치는 불빛과 초 자체의 흔들림이 어우러져 어디에 두어도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작은 유리잔에 초 하나만 띄워 식탁에 두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침실과 같이 너무 넓지 않은 공간에 두면 가을, 겨울 건조한 실내에 가습 효과까지 덤으로 준다.

살림(SALIEM), 한샘 인테리어, 코즈니 등 인테리어 매장에는 물에 띄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양한 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양도 조각배 꽃잎 등 가지각색이다. 초만으로 단조롭다면 수조 아래 색색의 투명구슬을 넣어보자. 혹은 물 위에 줄기를 잘라낸 리시안 장미 소국 등을 꽃이나 꽃잎만 떼어 초와 함께 띄우면 한층 화려해진다.

초를 밝힐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촛대다. 요즘에는 편편한 곳에 올리는 기본형 촛대 외에도 벽에 걸 수 있는 스콘스(sconceㆍ돌출형 촛대), 초가 반사되는 거울형, 베란다에 걸 수 있는 랜턴형 등 다양한 종류가 눈에 띈다. 가을을 맞아 촛대 특별전을 하고 있는 두산 오토(www.otto.co.,kr) 고윤경 MD는 “앤틱의 유행이 아직 가시지 않아 이국적이면서도 낡은 듯한 디자인이 인기”라며 “나무와 금속이 조화를 이룬 전형적인 앤틱 촛대는 우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가을ㆍ겨울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라고 강조했다.

촛불 OFF: 언젠가 밝히고 싶다는 희망

불을 한 번도 붙이지 않아 심지가 하얗게 남아있는 초는 불 붙인 초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를 낸다. 불 붙인 초가 일상 공간을 특별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준다면 새 초는 기존의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범 디자이너는 “집안에 켜지 않은 초를 두는 것은 은연중에 ‘좋은 날이 오면 불을 밝히리라’는 희망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꽃이 없는 꽃병과 같이 기다림과 그리움의 정취도 풍긴다.

불을 밝히지 않을 때는 초 주위를 꾸미는 법이 더욱 중요해진다. 초만 하나 덜렁 놓여있으면 초 아래부분이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다른 소품과 적절히 매치 시켜 작은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해야 한다.

식탁 가운데 놓는 ‘센터피스(centerpiece)’에 초를 활용할 때 매우 특별한 날이라면 화려한 촛대에 긴 양초를 꽂아 양 옆에 두어 분위기를 잡는다. 굳이 불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로맨틱하다. 스타일리스트 이승은씨는 “어린이나 친구 같이 편한 손님이 왔다면 앤틱 느낌의 접시에 굵은 초를 하나 세운 후 어울리는 꽃의 머리 부분만 따서 주위를 두르거나 아이비 같은 녹색 식물을 잘라 매치할 것”을 제안했다.

접시 위에 작은 자갈이나 인조모래를 깔아도 보기 좋다. 상이 크다면 여러 개를 놓아도 무방하지만 모양이 같은 것이 안정적으로 보인다.

이 나간 유리잔을 재활용하는 것도 아이디어. 말린 꽃잎이나 포푸리 등과 함께 적절한 크기의 초를 넣어 거실의 장식장이나 침대 옆 사이드테이블, 혹은 현관 신발장 위에 서너 개 놓아두면 살림하는 이의 인테리어 센스를 과시할 수 있다.

초를 여러 개 함께 놓을 때는 높이가 다르면 색상을 통일시키고 색상이 다르면 모양을 통일시키는 등 일정한 원칙을 가져야 지저분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 최경화씨는 “낮은 장식장 위나 인조 벽난로 아래 굵은 초 10여개를 놓아두면 풍성한 가을 느낌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소파 옆 작은 사이드테이블 용으로 모양이 같고 키가 큰 양초 서너 개를 은색 촛대에 꽂아 나열하거나 두껍고 긴 접시에 낮은 초 여러 개를 일렬로 올려 장식할 것을 제안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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