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한 기술이 경쟁력입니다."허혁(78·사진)씨는 "지난 51년간 세탁업 외길을 걸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한국전쟁 도중인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미군 부대에 취직해 기술을 익힌 뒤로 세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허씨는 최근 산업인력공단에 의해 '명장'으로 선정됐다. 세탁 부문에서는 허씨가 처음으로 명장의 영예를 안았다.
허씨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일은 세탁박물관 건립이다. 세탁업도 교육을 통해 전문직종화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허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전일사(경기 김포시)에 51년간 사용해온 세탁기 다리미 등 세탁 도구들은 물론이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인두 등 전통적인 빨래 도구들도 모아놓고 있다. 한국 세탁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려고 한다.
허씨는 "과거에는 기술 없이도 세탁업에 종사할 수 있다 보니 전문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세탁일을 시작한 50년대에는 국산 다리미도 없고 세탁업도 대부분 손빨래에 의존하는 등 영세했다. 허씨는 세탁에 기계를 도입하고, 일본 독일 미국 등에 기술연수를 다녀왔다. 특히 "고객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세탁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기술인이 돼야 한다"며 자격증 도입을 주장, 85년 세탁기능사 자격증이 신설되는 데 기여했다. 세탁 기술과 관련한 이론을 보급하기 위해 일본의 기술서적 및 자료를 번역해 펴내기도 했다.
허씨는 "세탁은 성서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직업"이라고 믿고 있다. 허씨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세탁 일을 나만큼 오래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세탁업의 역사를 교육하는 것이 이 직업을 전문화하는 첫 걸음이다"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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