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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 EU 통합·확대 작업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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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 EU 통합·확대 작업 가속화

입력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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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국가가 아니라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통 이해를 기준으로 정책결정을 한다."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만난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말이다. EU가 '거대한 하나의 유럽'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U 통합의 가속화는 우선 15개 회원국 중 12개국이 지난해부터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EU는 또 정치적 통합으로 상징되는 유럽연합 헌법을 금년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내년 5월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구권 국가를 포함한 10개국이 추가 가입하면 EU는 25개 회원국(4억5,000만명)을 포괄하는 거대한 정치·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유럽연합의 수도 브뤼셀

유럽연합의 수도로 불리는 브뤼셀의 슈만역 부근에는 브레이델 빌딩, 샤를마뉴 빌딩 등 EU 본부로 쓰이는 건물들이 모여 있다. 각 회원국 출신의 EU 직원 1만7,000여명이 이들 건물에서 영어와 프랑스어 등을 쓰면서 정책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면 '하나의 유럽'이 멀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EU 직원들 중에는 EU의 궁극적 목표는 유럽연합국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공통의 농업· 무역 정책 등을 마련하고 회원국들의 안보· 외교 정책을 조정하는 일도 한다.

EU 본부 주변에는 전세계의 기업과 비정부기구 등에서 파견된 로비스트 1만여명과 취재 기자 1,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브뤼셀의 인구는 100만명에 불과하지만 이 곳에서 활동하는 EU 직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 직원을 포함한 외교관은 무려 5만명에 이른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유로화의 빠른 정착과 한계

EU는 회원국 간에 노동 상품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는 단일시장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1월 유로화를 도입했다. 현재 유로화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12개국에서 통용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각국 고유 통화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로화가 쉽게 뿌리를 내렸다.

유로화의 도입에 따라 독일과 스페인의 생수 값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각국의 물가 수준도 비슷해지고 있다. 동전의 앞면은 똑 같은 모양이지만 뒷면이 발행하는 나라마다 다른 것은 각국의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을 지향하는 유럽연합의 정신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웨덴이 지난 달 국민투표를 통해 유로화 도입안을 부결시키고, 영국 덴마크가 아직까지 유로 도입을 유보하고 있는 것은 단일통화 체제 구축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유로화 도입 이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등이 성장안정협약을 위반해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유로가 최근 달러에 비해 계속 강세를 보여 유로화 도입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주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유럽연합 헌법 제정 추진 및 논란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은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헌법회의'가 마련한 헌법 초안을 지난 6월 승인했다. 헌법 초안은 EU 권한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현재 회원국 정상이 6개월씩 윤번제로 맡고 있는 유럽이사회 의장 제도를 바꿔 임기 2년6개월의 대통령(상임의장)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또 상임 외무장관 신설, 조직화된 외교·방위 정책 추진 등도 포함하고 있다.

EU는 금년 12월까지 헌법을 확정한 뒤 내년 6월 신규 가입국들까지 참가한 가운데 헌법 서명식을 가질 계획이다. EU 회원국 정상들을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담을 갖고 헌법안을 논의했으나 구체적 헌법 조문을 놓고는 이견을 보였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강대국과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은 헌법 초안에 대체로 만족을 표시했으나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등 내년에 EU에 가입할 나라들은 "평등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며 대폭적인 손질을 촉구했다.

일부 국가가 유로화 도입에 부정적이고 회원국들이 헌법 초안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유럽 통합의 걸림돌이다. 유로화가 도입된 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경제가 계속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유로화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EU는 집행위원회, 의회, 사법재판소 등 3부에 해당하는 체제를 이미 갖추고 유럽 신속대응군의 창설까지 추진할 정도로 틀을 갖춰가고 있다.

EU 집행위의 한 관계자는 "모든 회원국들이 결국 유로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이 확정되고 회원국이 25개국으로 늘어나면 유럽 통합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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