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뚱뚱하다고?"'뚱뚱한 다이아'라고 하길래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결혼 3년차인 김민정(29·가명)씨는 얼마전 급전이 필요해서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가지고 보석상에 들렀다가 크게 상심했다. 1,000만원이 넘는 1캐럿 짜리로 결혼 당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다이아반지가 일명 '뚱뚱한 다이아'로 밝혀진 것이다. 구매가의 겨우 30∼40%밖에 값을 받을 수 없다는 소리에'G칼라에 VVS1'이라는 최상급 분류표기가 되어있는 다이아몬드 감정서를 내놓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뚱뚱한 다이아몬드는 제 중량을 쳐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바야흐로 가을 웨딩시즌이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인 (주)선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남녀의 74%가 결혼예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있으며 45%는 결혼예물의 용도 중 하나로 피치못할 사정이 생길 때 현금화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보석 가운데 현금성이 으뜸인 다이아몬드가 최고의 결혼예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올 가을 결혼예물로 다이아반지를 장만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할 것이 있다. 뚱뚱이인가, 뚱뚱이가 아닌가.
보석업계서 통용되는 '뚱뚱한 다이아' 혹은 '뚱뚱이 다이아'라는 말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중량을 높이기 위해 연마를 제대로 하지않은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이른바 4C를 기준으로 판정된다. 컷(Cut: 연마된 상태), 캐럿(Carat: 중량), 컬러(Color: 색상), 클래리티(Clarity: 투명도)다.
이중 다이아몬드의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량이다.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급등한다. 최상품에 속하는 1캐럿(0.2g)짜리 다이아몬드가 통상 1,200만원을 호가하는 반면 절반 크기인 5부는 250만∼300만원선이다. 반면 2캐럿이 되면 가격은 3,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만큼 크기 혹은 중량이 중요하다. 여기서 뚱뚱이 다이아가 탄생한다.
허리가 굵어지면 체중도 는다
뚱뚱한 다이아를 만드는 비결은 커팅에 있다. 다이아몬드는 옆 단면에서 봤을 때 머리(Crown)부분과 허리(Girdle), 몸통(Pavilion)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허리를 중심으로 머리에 33개, 몸통에 25개 등 모두 58개의 단면을 깍아내는 것이 정석이다. 이때 허리는 다이아몬드 직경을 100으로 놓았을 때 1% 두께여야 빛의 투과와 반사를 가장 원활하게 만든다. 뚱뚱이 다이아는 이 허리 두께가 굵게 연마되는데서 붙은 이름이다. 58개의 단면을 내면서 무게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두꺼운 허리는 빛의 산란각도를 흐트리기 때문에 다이아 특유의 광채가 덜하고 무엇보다 제대로 다시 깎았을 경우 상당한 중량손실을 가져온다. 1캐럿 짜리 뚱뚱한 다이아는 정확히 깎으면 8부 정도 밖에 안된다.
보석업 관계자들은 뚱뚱한 다이아가 유통되는 배경으로 같은 크기라면 색상과 투명도를 주 가격 결정요소로 보는 경향을 든다. 라모르다이아몬드 홍보실 박선주 과장은 "아무리 최상급 다이아몬드라도 커팅의 비율이 좋아야 만족스러운 광채를 얻을 수 있는데 국내서는 오로지 선택기준을 G칼라, VVS1으로만 삼는 게 문제다. 당연히 비양심적인 상인들은 이 기준만 갖춰지면 뚱뚱한 다이아도 그대로 유통시키고있다. 소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고 말한다.
결혼반지- 재산가치보다 의미 앞서야
흥미롭게도 뚱뚱한 다이아가 많이 유통되는 곳은 주로 강남권이다. 클수록 좋다는 인식 때문에 1캐럿 이상을 선호하는 강남 부유층들이 주요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보석디자이너 홍성민씨는 "결혼반지의 가치를 의미 보다 환금성에 두는 정신의 영세성을 벗지 못하는 한 뚱뚱한 다이아 처럼 실제보다 가치가 현격히 떨어지는 물건이 나도는 현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다이아 고르기-디자이너 홍성민씨 조언
"뚱뚱한 다이아가 활개를 친다는 건 그만큼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얘기지요."
한국은 세계 3,4위를 다투는 다이아몬드 소비국. 연간 시장규모만 3,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전량 수입이다. 뚱뚱한 다이아는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제 값보다 더 주고 사오는 꼴이니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해라는 것이 홍성민씨의 주장. 그만큼 다이아를 구입할 때는 현미경을 들이대듯 꼼꼼히 제원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1. 감정서를 반드시 챙긴다 나중에 뚱뚱한 다이아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환불은 어려워도 최소한의 컴플레인은가능하다.
2. 1.00∼1.05캐럿 사이의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반드시 직경은 6.5mm가 되어야한다. 뚱뚱이들은 일반적으로 직경이 짧다.
3. 직경을 100%로 놓고 볼 때 높이는 58∼63% 안에 있어야 한다. 뚱뚱이들은 더 높다.
4. 자외선 형광성(UV Fluorescence) 지수는 없음(None)이 좋다. 스트롱 블루라면 절대 구입하지 말라.
5. 1.00캐럿은 사지 않는다 거들에 살짝 광을 내는 등 간단한 수리만으로도 무게가 0.99로 떨어질 수 있다. 0.99와 1.00캐럿은 3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6. 신뢰하는 보석상에서 산다 보석은 믿을 수 없다면 살 수 없다. 업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보석감정소들이 있지만 사설기관이며 누구도 그 공신력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 결국 믿을만한 보석상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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