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여신’. ‘디 아워스’를 만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이 영화에 나온 니컬 키드먼을 가리켜 이렇게 불렀다. 버지니아 울프를 흉내내기 위해 매부리코를 붙이고, 왼손잡이지만 오른손으로 글 쓰는 연습까지 하고, 자살 장면을 찍기 위해 차가운 강물 속으로 잠수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열정으로 니컬은 올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올해 칸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도그빌’에선 갱에게 쫓겨 오지 마을로 들어온 그레이스 역을 맡아, 착취와 강간과 모욕을 받으면서도 결코 품격을 잃지 않는 성녀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성공에 눈 먼 중산층 여성의 야망(‘투 다이 포’), 신경질적인 모성애(‘디 아더스’), 위험해 보이는 격정(‘아이즈 와이드 셧’) 등 그녀의 각진 턱과 붉은 머리 그리고 총기 어린 눈동자에선 여자의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어울려 배어나온다.
이번엔 아찔하게 섹시하고, 눈물겹게 순정적이며, 죽이고 싶도록 얄미운 러시아산 미녀(‘버스데이 걸’)다. 벗은 몸은 눈부시고, 사랑의 몸짓은 달콤하기 그지 없다.‘여신’ 치고는 적은 750만 달러(‘디 아워스’)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여신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 될 듯. 차기작은‘스텝포드 와이브스’(1,500만 달러) 등 무려 여섯 작품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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