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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허준 "희망의 鍼을 놓지요"/ 서영태 제마부대 한방의무병 仁術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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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허준 "희망의 鍼을 놓지요"/ 서영태 제마부대 한방의무병 仁術봉사

입력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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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는 날까지 한명의 환자라도 더 치료해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전쟁터에서 잃어버린 주민들의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 같아 의사로서,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지난 4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파병된 의료부대 제마부대원 100명 중 유일하게 한방 의무병인 서영태(28) 상병은 이방인들에게 '바늘'처럼 보이는 낯선 침으로 인술을 베풀고 있다. 서 상병은 경산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 자격증을 딴 어엿한 의사로 부대에서 유일한 한방 군의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 주민은 물론 동맹군과 우리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진료 활동을 펴고 있는 서 상병의 손길을 거쳐간 환자는 지난 5개월 동안 모두 660여명.

하루 평균 4∼5명 꼴로 진료를 한 셈이지만 현지에서는 '한방'이라는 것이 생소한 데다 언어 소통이 잘 안돼 처음에는 찾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탁월한 효험을 체험한 현지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최고의 인기 의사가 됐다. 나시리야 의사협회 소속 의사들까지 한방진료를 배우러 찾아올 정도.

"치료를 받은 주민들이 답례로 대추 야자와 이라크 전통음식을 건네주며 고맙다고 말할 때 미안함과 보람을 동시에 느낀다"는 그는 지난달 초 '근육무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던 7살 어린이 비하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비하는 신경근 손상으로 다리 감각이 마비돼 혼자 힘으로는 2∼3m도 걷지 못했는데 치료를 받은 뒤 100∼200m를 혼자서 거뜬히 걸어갈 수 있게 됐다. 비하의 아버지가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당신 때문에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다'며 눈물을 글썽였을 때 의사로서의 존재가치를 느꼈다."

빨리 군복무를 마치고 한의학에 매달리고 싶은 마음에 지난 해 6월 지원 입대한 그는 "한방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고, 인도적 차원의 의료지원이라는 목적에도 공감했기 때문에 파병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서 상병은 이 달 말 제마부대 2진으로 이라크 현지에 오게 되는 한방의에게 업무를 인수인계 하게 된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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