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세계화와 지역·블록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결렬이 말해주듯 다자간 체제가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 사이의 양자간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러한 큰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국제적인 고립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184개의 FTA가 발효 중이고, WTO 회원국 중 FTA 미 체결 국가는 한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그 동안 FTA에 소극적이었던 중국과 일본도 적극적으로 전환했다. 이런 경향은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FTA에 대한 언급은 늦은 감이 있지만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제일 급박한 문제는 FTA라며, 우리만 고립돼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속하고 근본적인 농업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칠레와의 경우에서 보듯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농업 문제다. 여기에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가세해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농업구조개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언제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따라서 선(先) 농업구조개혁- 후(後) FTA 협상이라는 방침은 문제가 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한번 처지면 따라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최근 한국과 일본, 한국과 싱가포르의 FTA 체결을 위한 민간차원의 공동 연구회가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라는 현상이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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