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웅산묘소 폭탄테러가 발생하기 수초전의 사건현장을 사진에 담는 등 숱한 특종사진을 보도한 전 연합뉴스 최금영(崔琴煐·아래 사진) 사진담당국장이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마침 이날은 아웅산묘소 폭탄테러 20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해 빈소를 찾은 후배 기자들은 "동료, 후배들을 먼저 떠나보낸 한을 지우지 못해 꼭 20년 뒤 같은 날 떠나신 것 같다"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1983년 10월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아웅산묘소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중이던 최 기자는 카메라를 테스트하기 위해 평소처럼 필름을 넣고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몇번 눌렀다. 하지만 몇초 뒤 쇠망치가 뒤통수를 치는듯한 느낌과 함께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주위는 화약냄새로 뒤덮인 폐허로 변해 있었다. 크고 작은 폭탄파편이 200여개나 박힌 것도 모른 채 현장을 찍어야겠다는 일념으로 피범벅이 된 카메라를 들었던 최 기자는 이내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현장에서 수거된 최 기자의 부서진 카메라에는 다행히 폭발 직전 순국사절들의 마지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윗 사진)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최 기자는 그해 특종상을 수상했고 이후에도 숱한 특종사진들을 남겼다.
최 기자는 매년 10월9일이면 꼭 국립묘지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아들 최동호(34)씨는 "먼저간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최근 몇 년동안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숨진 후배 동아일보 이중현 기자를 그리며 "아끼던 후배의 묘 앞에 서있노라면 차라리 나와 자리가 바뀌었으면 하는 회한에 목이 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출판된 '나의 취재기'란 책에 실린 '사선(寫線)에서'란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어차피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며 인간은 그 역사속의 흔적에 불과하지 않던가."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