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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메이커] 부평고 축구감독 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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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메이커] 부평고 축구감독 임종헌

입력
200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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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대구 감독) 고재욱(관동대 감독) 차범근(MBC 해설위원). 모두 한국 축구대표팀과 프로팀을 이끌었던 걸출한 인물이면서도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스타일이 판이한 지도자들이다.세계 청소년축구 4강 신화의 주인공인 박종환은 ‘혹독한 훈련과 근성’이 트레이드 마크인 용장(勇將)이고,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인 차범근은 ‘데이터와 엄격한 관리’의 지장(智將), 고재욱은 ‘인화와 자율’을 강조하는 덕장(德將)이다.

이 감독들 휘하에서의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축구에서 가장 많은 ‘우승’과 ‘스타’를 제조하고 있는 젊은 조련사가 있다. 고교축구 최강 부평고의 임종헌(37) 감독.

임감독은 부평고와 고려대를 나와 8년간 프로 선수(일화-울산현대)를 한 후 모교 부평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역시 모교인 고려대 코치를 거쳐 부평고에 복귀, 사령탑을 맡고 있다.

지도자 경력이 이제 7년째이지만 부평고 고려대 제자들의 이름을 나열하면 화려하기 그지 없다.

울산현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스페인에 진출해 맹활약하고 있는 이천수, 그와 함께 고려대와 월드컵팀에서 뛴 후 독일 분데스리가로 떠난 차두리, 7일 올림픽대표팀과 홍콩의 경기서 골을 기록한 최태욱(안양), 이날 안타깝게 어깨부상을 입은 최성국(울산)을 비롯해 대표급만 꼽아도 20명은 된다.

그의 제자들로 한 팀을 만들면 프로리그에 나가도 손색이 없는 호화군단이 탄생하게 된다.

임감독은 손발만 조금 맞추면 웬만한 프로팀에게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천수 차두리 최성국이면 막강한 공격라인이 구축되죠. MF에 최태욱 김정우(울산) 안성호(수원) 도하성(부산) 김덕중(대구), 수비에 박용호(안양) 박동혁(전북) 조세권(울산), GK에 권정혁(울산)이 있습니다. 김상록(포항) 강용(포항) 박병규(고려대)도 빼놓으면 서운해 할 선수이고요.”

그는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맡아 가르쳤던 선수들까지 치면 현 올림픽대표팀에서는 두 명을 빼고 모두 자신의 손을 거친 선수들이라며 뿌듯해 한다. 홍콩과의 경기서 선제골을 터뜨린 조재진(수원)은 청소년대표때의 깊은 인연으로 지금도 문안전화와 상담을 해 오는 사이이다.

임종헌은 선수시절 한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다. 수비수이다 보니 프로에서도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숱한 우승을 경험했다.

충북 장호원 출신으로 부평동중에 창단멤버로 입학, 3학년 때 3관왕을 이루고 82년 역시 부평고에 축구부 1기생으로 들어가 3학년 때 전국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후 부평고는 이임생 노정윤 곽경근 이상헌 김남일 김주영등을 배출하며 축구 명문의 위치를 지켰다. 고려대에서는 4학년때 팀을 3관왕으로 이끌었다.

89년 박종환 감독의 일화에 입단해서는 2년 연속 베스트 11에 선정될 정도로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첫 해에는 40경기에 모두 출전해 한번도 교체없이 전시간을 뛰고 울산현대로 옮겨서는 차범근 감독아래서 1년, 고재욱 감독 아래서 2년을 뛰었다.

97년 모교 부평고 코치로 부임하면서 좋은 영재들을 만난 것은 그에게도 행운이었다.

당시 이천수 최태욱 박용호가 1학년, 김덕중 도하성이 2학년이었다.

역시 이천수는 근성과 다혈질의 성격으로 가장 눈에 띄었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툭하면 상대들과 싸움을 벌이는 그가 좀 당돌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밉지는 않았다. 주위에서 문제아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어도 임코치는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분명히 자기 컨트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천수를 바로 잡은 것은 끊임없는 대화였다.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 놓을 수 있는 형 같은 지도자를 만난 이천수는 임감독에 의지하며 다듬어졌고, 99년 3학년때 3관왕으로 보답했다.

최태욱은 이천수 보다 일찍 두각을 나타낸 선수. 스피드와 슈팅이 뛰어났다. 그러나 성격이 소극적이라 근성과 투지를 주입하는 게 임코치의 가장 큰 과제였다.

박용호는 카리스마 있는 선수. 주장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헤딩능력과 1-1 수비가 강해 팀의 활력소가 되었다. 3명은 고3때 나란히 청소년 대표로 발탁됐다.

이들의 부평고와 고려대 1년후배인 김정우는 182cm의 큰 키와 빼어난 드리블로 미드필드를 휘어잡는데다 겁 없는 플레이가 이천수와 비슷했다. 패스와 슈팅 감각도 타고 난 그는

이천수와 똑 같은 길을 택해 대학 2년을 마치고 울산현대에 입단했다.

이천수의 졸업때 함께 고려대 코치로 옮겨서?차두리 최성국을 만났다.

차두리는 피로골절로 인한 부상으로 1,2년때 고전하고 스스로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 재활치료 공부를 하겠다” 며 축구 포기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나 계속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며 재기의 길로 이끌었다.

선수 지도의 기본은 선수를 이해 시키고 동기를 유발을 하는 것으로 ‘고재욱 식’이다. 우선 선수가 운동장에 나와 축구하는 것을 재미있어 해야 한다며 지도자, 동료 선수와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했다. 그는 선수들의 볼링, 당구 친구이다.

그러면서도 ‘강해야 할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던 박종환 식’으로 대화 속에서도 틈틈이 자극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매일 훈련일지를 작성하며 훈련의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다른 팀에 대한 분석과 기록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도자가 노력하는 것을 보여줘야 선수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차범근 감독을 통해 배웠던 것이다.

그는 최근 2002월드컵 기술보고서 출판기념식에서 축구인을 대표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았다. 학구적이고 노력하는 지도자로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97년에는 브라질연수, 지난해 겨울에는 네덜란드 연수를 다녀왔다.

부평고는 지금도 막강한 재학생들을 보유, 금년들어 벌써 2개대회를 제패했다.

3학년 선수중 4명이 곧바로 프로에 입단한다. 그중 이근호는 스피드 파워 헤딩, 김승용은 골감각이 뛰어난 공격수이다.

김태원은 만능의 미드필더로서 특히 킥과 스피드가 좋고, 김명진은 184cm의 큰 키에 100M를 11초대에 달리는 장신 수비수.

건국대에 진학하는 안성민은 수비형 미드필더, 인천대로 가는 최기용은 제2의 홍명보로 불리는 견실한 수비수로 모두 장래의 대표감이다.

임종헌감독은 선수들에게 반드시 오전 수업에 참가토록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초등학교때부터 운동만 해서 수업 중 멍하니 앉아 있다 하더라도 급우들과 어울리는 것 만으로도 교육효과가 있다”는 얘기이다.

91년 홍명보 노정윤 이영익등과 어려운 환경의 후배들을 돕자며 ‘열 하나회’를 구성해 93~94년에 이어 금년에 다시 회장을 맡았다. 지금은 하석주 황선홍 이운재를 포함해 회원이 30명으로, 중고교를 방문해 선수들과 경기를 하며 격려하고, 용품을 지원한다.

금년에는 김병지(포항)의 모교인 부산 알로이시오고(소년의 집)와 김동해 회원이 감독으로 있는 재현고를 다녀왔다.

축구스타들의 방문은 동문과 재학생,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데도 효과가 있는데 월드컵 이후에는 반응이 훨씬 뜨거워져 힘이 난다고 한다.

유석근 편집위원

▒ 약 력

1966년 충북 장호원생

부평동중 부평고 고려대 선수

일화(89~93년) 울산현대(94~96년)선수

89,90년 프로축구 베스트 11선정

97~99년 부평고 코치

2000~2001년 고려대 코치

2002~현재 부평고 감독

2000년 청소년대표팀(19세이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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