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과 위성방송에 영화채널이 넘쳐나고 있다.방송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254개 케이블 및 위성TV 채널 가운데 영화채널은 15%가 넘는 36개에 이른다. 드라마, 스포츠, 만화, 홈쇼핑 등 다양한 분야 가운데 영화가 단연 1위다. 영화채널이 15개였던 2001년 10월과 비교하면 2년 사이에 두 배이상 늘었다.
영화 채널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CJ미디어는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 홈CGV(영화), MNET(음악), 푸드채널(요리) 등 3개 채널에 이어 1일 영화채널 XTM을 추가로 개국했다. 이강복 대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영화채널은 시청률이 높아 광고가 많은 편"이라며 "광고대행사 수수료도 지상파 방송보다 케이블TV쪽의 영화채널이 많이 올라 케이블TV 광고시장 또한 커졌다"고 말했다.
낮은 제작비도 수익 증대에 한 몫 한다. 영화채널 MGM스펙트럼의 김연희 PD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대부분 외부에서 사온 영화를 방영하므로 서너명의 소수 인력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며 "판권비 외에는 지출이 적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청자가 볼 만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채널수가 증가, 경쟁이 격화되면서 판권료가 올라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 영화채널을 제외한 중소 영화채널들은 최신 흥행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영화채널 관계자는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2 등 최신 흥행작의 케이블TV 판권료는 억대를 넘어섰다"며 "판권료 뿐만 아니라 대형 영화채널은 아예 영화 제작에 투자를 하거나 계열사를 동원해 판권 독점 확보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OCN은 판권확보를 목적으로 최신작 '싱글즈', '바람난 가족', '효자동 이발사' 등에 투자했고 CJ미디어는 앞으로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영화를 다른 영화채널은 물론, 지상파 방송에도 공급하지 않고 케이블이나 위성채널에서 독점 방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 영화채널은 재탕, 삼탕은 물론이고 심지어 모채널처럼 지난해 개국때 확보한 20여편의 작품을 1년 내내 방영하는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채널위주의 흥행작 집중 현상은 케이블 및 위성채널에서 준비중인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VOD는 시청자가 돈을 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도록 주문이 가능한 서비스이다.
위성채널인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영화프로그램에 한해서 '스카이초이스'라는 이름으로 VOD서비스를 제공중이며 케이블 영화채널인 홈CGV는 이달말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CGV초이스'라는 이름으로 VOD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김진경씨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VOD가 성공한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았다"며 "VOD는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작품이 좋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외면하므로 영화채널들이 작품 확보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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