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적는 문자, 곧 한글은 스물넉 자다. 1446년에 이 문자 체계가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반포됐을 때는 스물여덟 자였으나, 그 가운데 닿소리 글자 셋, 홀소리 글자 하나는 우리말 음운 체계가 변화함에 따라 필요 없게 되었다. 한글 스물넉 자 가운에 닿소리 글자는 열넷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이름을 한 번 불러보자.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다른 닿소리글자 이름들은 둘째 음절이 모두 '으'로 시작하는 데 비해, 기역과 디귿과 시옷은 예외적으로 '여', '그', '오'다. 이런 예외는 조선조 중종 때 사람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 1527)'라는 책에서 비롯됐는데, 지면이 넉넉지 않으니 그 자세한 사연은 덮어두자. 해방 뒤 북한에서 정권을 잡은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이런 예외가 보기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들은 이 모난 돌 세 개를 다듬기 위해 정을 들었다. 그래서 기역은 기윽이 되었고, 디귿은 디이 되었고, 시옷은 시읏이 되었다. 이로써 글자 이름들이 예외 없는 규칙성을 지니게 되었다. 북한 언어학자들은 또 닿소리글자들을 이런 관례적 이름 외에 그, 느, 드, 르, 므, 브, 스, 응, 즈, 츠, 크, 트, 프, 흐로도 부를 수 있게 했다.
'한글 스물넉 자'라는 표현은 ㄲ,ㄸ ,ㅃ, ㅐ,ㅖ, ㅔ 따위의 겹글자들을 독립적 문자로 취급하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런 겹글자들도 모두 독립적 글자로 본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문자 수가 닿소리글자 열아홉, 홀소리글자 스물하나 해서 모두 마흔이다. 홀소리겹글자의 순서는 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ㅘ, ㅝ, ㅙ, ㅞ다. 이 순서를 익혀놓아야 북한의 '조선어사전'을 쉬이 찾아볼 수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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