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아침 회의는 그날의 현안에 대한 공식 반응이 감지되는 자리다. 그래서 언론은 이 회의를 주목한다. 8일 아침엔 특히 그랬다. 각 신문이 1면 머릿기사로 SK비자금 수수와 관련해 검찰이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소환했음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아침 회의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했던 건 당연했다.이강두 정책위의장이 먼저 "노무현 정부는 부패정부"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이원호 썬앤문 나라종금 현대 굿모닝" 등 세간에 떠도는 정권 관련 의혹을 모조리 거론했다. 그런데 정작 당일 아침 소속의원의 연루 의혹이 크게 보도된 'SK비자금'건은 쏙 뺐다.
다음은 홍사덕 총무. "최 의원이 재정위원장이긴 했지만 (SK관련) 내용은 모른다더라. 무소불위의 부정부패 선거를 치른 여당을 수사하면 드러날 일이다. 검찰수사가 온갖 어려움 속에 대선을 치른 야당을 겨눌 경우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깨끗한 우릴 건드리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식의 엄포다. 남의 눈의 티가 커보이고, 제 편한 대로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이쯤 되면 "심하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당당히 출두해서 깨끗이 진상을 밝히겠다"는 얘기는 어느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한나라당이 내놓은 논평들도 가관이었다. 노 대통령의 측근, 민주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싸잡아 논평을 4개나 쏟아냈지만 'SK비자금'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마침 박주천 사무총장이 아침 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내놓은 충고가 마치 한나라당을 향한 훈계처럼 들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을 탓하려면 제 눈의 들보부터 빼라."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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