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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사패산터널 강행이냐 우회냐 "공론조사"로 해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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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사패산터널 강행이냐 우회냐 "공론조사"로 해결될 수 있을까

입력
200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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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개발. 평행선을 달리는 양극의 가치를 '공론조사'로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달 19일 정부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가 서울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구간, 경인운하 등 대형 국책사업의 향후 추진 방침을 제시하면서 사패산 터널공사의 사업재개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책사업의 결정을 공론조사에 맡기는 것은 초유의 일. 정부는 올해말까지 공론조사의 결과를 기초로 사업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물론 시공사까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적지 않다.이해 당사자 모두 회의적

환경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대로 공사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이령보존회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공동성명을 통해 "노선재검토위원회에서 우회노선 제안이 6대4로 우세했는데 이제 와서 공론조사로 다시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업재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시간끌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등 불교계도 환경단체와 마찬가지로 "공론조사 방안은 사패산 관통노선 강행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일단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 등 지도부에서는 각 종파와 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공론조사 수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시공사 역시 공론조사에 불만이다. 지난해말 노선조사위원회와 올 6월 끝난 노선재검토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원안대로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약속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루 8억원의 손실을 입고 외자 도입이 불투명해지면서 6월부터는 하청 공사비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시공사측은 "또 5, 6개월 이상 공론조사로 시간을 허비할 경우 사업중지를 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즉각적인 공사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공론조사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갈등은 더 심각하다. 불교계와 정부측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 "공론조사의 개념과 내용을 설명한 어떤 문서도 정부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조계종은 "공론조사가 최종방안 결정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이뤄지는지 정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수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론조사의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현재 의견을 수렴중인 불교계를 압박할 수 없어 공론조사와 관련한 타임 테이블을 만들 수 없다"며 "불교계가 공론조사 수용여부를 밝혀야 표본 추출방법, 위원 선정, 조사 주관기구 지정 등 각종 절차를 확정할 수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공론조사까지는 첩첩산중

공론조사는 미 오슨틴대 제임스 피쉬킨 교수가 1988년 창안한 의견 수렴 방법으로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투표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조사자들에게 현안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준 뒤 투표로 여론을 수렴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차 투표한 뒤 다시 그중 10분의 1가량을 성비·지역·찬반을 고려해 2차 투표 대상자로 추출한다. 이후 2차 투표대상자들은 찬반의견이 담긴 자료를 숙지하고 질문과 소그룹 토론 등을 통해 현안을 이해한 후 투표에 참가한다. 영국은 95년 유럽연합(EU) 가입, 덴마크는 2000년 유로(EURO)가입 문제에 대해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서구에서는 보편화한 조사방법이다.

그러나 사패산 터널 문제에서는 표본의 채집방법, 조사 시기, 조사 문항 등 곳곳에서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월 노선재검토위 위원 10명을 선정하는 데만도 1개월 가량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1,000∼3,000명 정도의 1차 투표대상자를 모아야 하는 공론조사의 경우 몇 개월이 소요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이건영 전 국토연구원장은 "공론조사는 참여자와 방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바뀌는 제도"라며 "정부는 정책의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제기하고 검토할 의무가 있는데 이 방법은 자칫 책임회피용으로 비춰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건교부-불교계 대립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서울 외곽순환도로 북한산국립공원내 사패산 터널노선을 대체할 수 있는 노선으로 국립공원 외곽노선, 의정부 우회노선 등을 주장하는 가운데 건설교통부 등 사업부처 측은 현노선이 최적의 노선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4월부터 2개월간 진행된 노선재검토위원회의 조사에서도 건교부가 추천한 5명의 위원중 4명은 현 노선을 지지했고 1명은 국립공원 외곽노선을, 불교계가 추천한 5명의 위원은 전원이 의정부 우회노선을 지지하는 등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의정부 외곽우회노선의 타당성.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최적의 안으로 이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우선 의정부 외곽 노선의 경우 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도로 길이(8∼10㎞)의 증가로 공사비(7,000억원)와 삼림훼손 면적(106만 9,000㎡)이 늘어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기 오염 측면에서는 우회노선이 현 노선보다 유리한 입장. 우회노선의 경우 질소산화물의 오염도가 0.01ppm 이하(환경기준 0.05ppm)로 문제가 없지만 현 노선의 경우 터널과 터널사이에 위치한 의정부 IC 인근은 바람에 따라 최고 0.08ppm까지 상승할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비용 편익면에서는 현 노선의 경우 2007년이면 완공이 가능하지만 대안 노선의 경우 6년이 지체돼 공사지연기간 동안 혼잡비용이 증가한다.

또 의정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외곽순환도로 의정부 구간의 이용자가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반면 보존가치와 생태계 훼손 등을 고려하면 현 노선이 4조원 이상의 손실을 가져오는 반면 우회노선은 6,6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왕구기자

■불교환경연대 생태조사실장 법현스님 "공론조사로 여론조작 우려"

"환경을 지킬 법을 만든다 하지 말고 지금 있는 법만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불교환경연대 생태조사실장 법현(36·사진)스님은 지난달 19일 정부 발표 이후 잠을 제대로 잘 수조차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패산 터널이 지나가는 회룡사에서 2년전까지 수행하던 법현 스님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숨길 수 없지만 지금 같이 비참한 상황에서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불사하겠다는 스님들의 목소리도 들린다"며 불교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공론조사는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맡기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법현 스님은 "사안자체가 공론조사를 할 사안이 아니고 무작위로 1,000명을 추출한다면 여론조작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 의원들이 사패산 통과노선 반대의견을 제시했고 올해는 노선재검토위원회 10명의 전문가중 6명이 현 사패산 터널통과를 반대했지만 그런 의견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일반인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노선재검토위원 3분의 2 이상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방침을 따르기로 한 약속을 불교계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법현스님은 "양쪽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부 결정을 따르기로 했지만 7월 국민 공청회를 열기로 해놓고 3일 전에야 통보하는 등 불성실한 쪽은 오히려 정부측"이라며 반박했다.

"회룡사, 망월사 등 북한산의 여러 사찰은 전통사찰보호법에 의해 보호돼야 할 전통사찰"이라는 법현 스님은 "국민들에게는 담배 꽁초를 버려도 벌금을 내도록 하면서 국가가 먼저 법을 어기고 자연을 파괴해서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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