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사극에 끌렸어요. 드라마 '홍길동'을 보며 출연자가 마냥 부러웠고, 영화 '이재수의 난' 오디션 때 처음 사극 의상을 입어 보고는 썩 잘 어울린다고 혼자서 좋아했죠. 물론 보기 좋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사극을) 언젠가는 할 줄 알았고, 이제 하게 됐네요. 기분 좋습니다."MBC '대장금'(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에서 장금(이영애)의 평생 연인 민정호 역을 맡은 지진희(30). 그의 등장으로 장금과 이어질 듯 말 듯 엮어가는 사랑 이야기와 호쾌한 액션 신이 펼쳐지면서 초반부터 상승세를 탄 '대장금'에 극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는 지난 3개월 간 1주일에 2,3일씩 액션 스쿨에 다니며 몸을 단련했다. 민정호는 과거 급제한 문관이지만 무예에도 출중한 인물이어서 액션 신이 적잖게 나오기 때문이다. 첫 등장한 6부에서 보여준 칼 싸움 장면이 볼 만했다고 운을 떼자 그는 "군대 갔다 온 대한민국 남자들은 조금만 익히면 누구나 그 정도는 한다"면서도 "솔직히 풀 샷 몇 군데만 빼고 모두 직접 했다. 뭉툭한 칼 끝에 맞아 손에 피멍이 드는 등 고생 좀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민정호의 관직이 내금위 '종사관'이어서 같은 종사관이던 '다모'의 황보윤(이서진)과 비교하는 얘기들이 많다. "액션이 주를 이룬 '다모'와는 비교가 안 되겠죠. 연기력도 아직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 평가해주지 않을 땐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얘기니 고맙지요. 더욱 분발해야죠."
그는 장금이 다친 민정호를 치료해주는 대목에서 얼굴 없이 몸만 나와 대역을 쓴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았다. "그거 제 몸 맞아요. 장금과 민정호가 당분간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일부러 얼굴을 비치지 않은 거죠." 극중에서 이영애와 첫 대면한 기분이 어땠을까. 그의 대답은 엉뚱했다. "2시간을 꼼짝 않고 누워있는데 모기들이 하도 달려들어 딴 생각 할 겨를이 없었어요. OK 사인 난 뒤 촬영감독님이 '너 손가락 자꾸 움직인 거 연기였냐?'고 물길래 솔직히 모기 때문이라고 했더니 다들 뒤집어지더군요."
그는 지난달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빅스타 이영애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뒤 "화장실에 가서 혼자 웃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한 달여 호흡을 맞춘 지금 이영애에 대한 평가는? "나긋나긋하고 다소곳할 줄만 알았는데 기(氣)가 엄청나고 집중력도 대단해서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그는 "장금의 비중이 워낙 높아 이영애씨가 많이 힘들다. 잠도 하루 2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더라"며 "이영애씨 힘내라고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지진희는 광고사진 일을 하다 IMF 사태로 회사가 구조조정에 휩싸이자 "처자식도, 애인도 없는 내가 떠나자"며 손 들고 나와 스물 다섯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첫 발을 디뎠다. 김지호와 출연한 우체국 CF로 얼굴을 알리고 SBS '줄리엣의 남자', MBC 드라마 '네 자매 이야기' '러브레터' 등에 출연했다. "시작이 늦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대장금'이 끝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두 단계쯤 성장해 있겠죠?"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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