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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집 "내안에…" 출간 詩로 쓴 마지막 가르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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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집 "내안에…" 출간 詩로 쓴 마지막 가르침일까

입력
200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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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은 무엇을 말하며/ 어느 길, 어느 지점에서 나와 마주치려는가/ 언젠가는 나도 사라져갈 처지이거니/ 어디쯤에서 우리는 만나려는지,/ 참으로 우리는 서로 닮은 존재'('시냇물'에서)교황 요한 바오로 2세(83)가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어 삶과 신앙, 자연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명상시집 '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 로마에서 온 세 폭의 성화'(따뜻한손 발행·사진)가 번역 출간됐다.

오스트리아 대주교 크리스토프 쇤보른(58) 추기경이 지난 2일 오스트리아 라디오 방송에서 "교황의 죽음이 얼마쯤 남았는지는 모르나, 그는 마지막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 이후 교황 위독설이 나돈 터라 시집 출간은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아홉살 때부터 지면에 시를 발표하던 문학소년 카롤 보이티와(교황의 본명)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사제 서품을 받기 전에 '안제이 야비엔'이라는 필명으로 '슬라브 민족의 서(書)' '가리워진 신의 발라드' 등 2권의 시집을 낸 바 있으며 이번 시집은 25년 만에 발표한 시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시냇물' '시스티나 소성당 문턱에서' '모리야 땅의 언덕' 등 3부로 된 연작시로 지난 해 8월 고향인 폴란드의 크라쿠프와 인근 지역을 나흘간 방문하고 바티칸으로 돌아와 약 한 달 동안 폴란드어로 쓴 것이다. 교황은 당시 거동이 불편한데도 홀로 부모님의 묘소를 참배하고, 베스키드 산맥 한가운데에 있는 칼라비아 제브쥐도프스카 성소(聖所)에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황과 같은 폴란드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체슬라프 밀로스는 "가장 간명한 형식 안에 종교적 가르침과 가톨릭의 교리가 녹아있는 위대한 시"라고 이번 시집의 시를 평했다. 교황의 시에는 생의 마지막 날들을 앞둔 심경과 신을 향한 그리움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렇게 세대가 바뀐다/ 맨 몸으로 세상에 와서 맨 몸으로 흙에 돌아가리니/ 자신이 잉태되었던 원형으로 환원되리라…그러나 내 전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 내 안에 있는 소멸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여전히 남아 지속되리라'('요한 묵시록의 실현'에서).

또 차기 교황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담담하게 토로하는 구절이 들어있어 교황이 유언을 위해 쓴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여기 신비스런 시스티나 벽화의 발치에/ 추기경들이 모여든다/ 천국의 열쇠를 승계하기 위한 막중한 공동책임을 안고/ 바로 이 곳에 모인다/ 미켈란젤로는 또 다시 그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 분 안에서 우리는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에필로그'에서).

시집은 지난 3월 폴란드와 이탈리아에서 출간돼 초판 30만 부가 한 달 만에 매진됐으며 현재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번역중이다. 한국어 번역은 한국외대 동유럽발칸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최성은씨가 했고 시인 김남조씨가 감수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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